[틴틴경제] 특허 관리 소홀한 국내 기업들, 국제 분쟁에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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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단 특허분쟁이 일어나면 말 그대로 전쟁이 따로 없을 정도로 치열하답니다. 한번 패소하면 엄청난 금액을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습니다.

그런데 특허분쟁은 토지분쟁처럼 측량으로 분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랍니다. 특허기술의 권리 범위를 명확하게 따지기는 엄청나게 힘든 작업입니다. 시간을 끌 수밖에 없는 다툼이지요. 그래서 대기업과 특허분쟁을 벌이는 중소기업이 부족한 자금력 때문에 시장에서 자동으로 퇴출되기도 합니다. 중소기업에는 특허분쟁이 매우 힘든 싸움이죠. 해외에선 대체로 한국 기업이 중소기업 신세랍니다.

한국 기업이 연루된 분쟁 발생 분야는 주로 전자(56건)와 화학의약품(14건)입니다. 우리나라 기업과 분쟁을 벌이는 국가는 미국(35건)이 가장 많았고, 일본(13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대만(10건), 영국(5건), 캐나다(2건), 프랑스(2건) 등의 순입니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우리 기업들의 수출 주력품목에 집중돼 있답니다. 수출을 많이 하니까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지역에서 분쟁이 생기겠죠.

2004년 4월에 일본 후지쓰가 삼성전자의 PDP TV에 대한 통관금지를 일본 정부에 요청하자, 그해 11월 마쓰시타도 LG전자의 PDP TV에 대한 통관금지 조치를 요청한 사례가 유명하답니다. 삼성과 후지쓰의 분쟁은 화해로 해결됐고, LG와 마쓰시타의 분쟁은 서로 라이선스 계약을 하면서 타결됐었죠.

항상 그렇듯이 우리 기업들이 수세에 몰리는 분쟁이 많다는 겁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기업들의 특허관리 실태에 문제점이 많다는 점이 지적돼 왔습니다. 대부분 특허 출원과 등록을 단순 관리하는 수준이고, 특허 전담부서가 없어 연구개발 시 충분한 사전 특허분석이 미흡하다는 것이죠.

최근 나온 한국지식재산연구원과 산업기술진흥협회의 '기업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한 번이라도 특허출원을 한 기업이 지식재산활동 비용으로 평균 3억1000만원을 썼다는군요. 이마저도 대부분인 72%가 산업재산권의 출원.유지비용이었고, 나머지 22%만이 담당자에 대한 인건비와 교육비였답니다. 미리미리 대비하는 특허경영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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