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첫 일 도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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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북한에서 처음으로 일본도서전시회가 열린다.
일본의 98개 출판사가 평양 도심에 있는 인민대학습당에서 23일부터 1주일간 3천여권을 내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해외에서 개최되는 일본도서전으로는 사상 최대규모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는 국교정상화을 앞두고 북한·일본간 문화교류의 첨병 역할을 책이 담당한 셈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평양 일본도서전은 북한·일본 고고학 및 고대사 학술교류단체인 「고구려회」의 이사로 일하는 재일동포 이경무씨가 재작년 북한에 갔을 때 평양과학기술센터의 『일본과 출판교류를 하고싶다』는 요청이 발단이 됐다.
이씨의 중개로 작년 12월 평양과학기술센터는 일본출판관련 단체인 사단법인출판문화 국제교류회에 정식으로 개최요청서를 접수시켰다.
일본 출판문화국제교류회는 올봄 이사회에서 이 문제의 본격 착수를 결정, 각출판사에 전시할 책을 무료로 보내주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 결과 98개사에서 3천14권을 보내왔는데 자연과학·공학기술 관련도서가 1천여권으로 가장 많고 서도·예능·공예등 예술관련도서가 3백권, 아동도서가 2백50권이며 그밖에도 철학·사상·종교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망라돼 있다.
교류회의 고래나가 야스코전무는 『북한측은 기술도서 중심의 전시회를 원했으나 우리로서는 일본 출판문화를 폭넓게 소개하기 위해 전분야를 망라하고 싶다고 제안, 양해를 얻었다. 그러나 각 출판사가 이 정도로 호응해줄지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전시회 개최기간중 일본서적출판협회 이사장과 강담사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출판인 16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이 평양을 방문한다.
일본서적출판협회는 1986년에도 북한에 방문단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당시 단장이며 이번에도 시찰단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나가사카 가즈오 웅산각 사장은 『지난번에도 북한은 일본과의 출판교류를 희망했는데 그것이 이번에야 실현됐다. 북한은 아직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나라인 만큼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담고 있는 책들이 어떻게 전시될지 관심거리다. 현지에서도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평양의 일본도서전은 일본 정부의 지원 없이 출판계의 협력과·북한측의 지원으로 비교적 쉽게 이뤄졌다. 일본측이 니가타항까지 운반해주면 그후의 운송·전시등의 비용은 북한측이 부담한다.
지금까지 일본정부나 출판계는 국제도서전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때문에 아사히등 일본신문들은 이번 평양도서전을 계기로 국제문화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서전의 의의에 대해 일본 정부와 출판계가 새롭게 눈뜰 것을 기대하고 있다.
【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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