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표절 시비 자주 생기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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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그동안 근대화라는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의 지식을 수입해야 했다. 지식인의 중요한 임무는 번역과 소개였다. 그 과정에서 후진국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버티다 보니 표절에 관대한 문화가 만들어졌다. 결국 국내에서 만들어진 지적재산도 존중하지 않게 됐다.

수량적 성과를 중시하는 대학의 시스템도 창조성을 소홀하게 평가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더구나 연고와 의리를 중시하는 우리 조직 문화에서는 표절을 고발하려면 '왕따'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지적재산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표절에 엄격하다. 어느 미국 대학에서 최근 남의 논문을 표절한 한국 유학생의 박사 학위를 취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사자는 국내 교수직도 상실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한 학생이 필자가 작성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불과 3~4행 인용하려고 정중하게 허가를 요청하면서 논문에 출처를 밝히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지식이 사적 재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첨단기술을 포함해 국내 지적재산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 중국에서는 실제로 한류 스타의 작품을 담은 해적판 DVD와 CD가 넘쳐나고 있다. 외국인에게 지적재산권을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우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는 특히 원본과 구분할 수 없는 복사물이 순식간에 퍼진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지식.정보.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종구 교수 (성공회대.사회학)

☞생각 플러스:인터넷에서 자주 등장하는 패러디를 표절과 비교해 차이점을 밝히고 패러디가 처벌받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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