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각고끝에 13만평 농장에 사과 "주렁주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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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과수불모지로 알려져온 호남벌 영암에서 과학적 재배기법으로 16년만에 대단위 사과농원을 개척, 수억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인간상록수가 있다.
전남영암군신북면금수리 13만5천평 규모의 사과밭 백제농장(대표 김기운) 농장장 임형택씨(46)가 바로 화제의 인물이다. 69년 서울대농학과를 졸업한뒤 농촌진흥원 연구원으로 있다 귀향한 그는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농장 전문경영체계를 일군 사람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한뒤 줄곧 농장경영을 꿈꾸어오던중 농장경영 제의를 받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처음엔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요. 한마디로 농사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천년이상 변화가 없는 농촌을 보고 농업기술의 혁신을 이뤄야겠다는 일념으로 반대를 뿌리치고 낙향했습니다.』
76년 정착한 그는 황무지 8만5천평을 개간하기 시작했고 사과나무를 정성껏 심었다. 그리고 7년을 씨름한 끝에 흑자기반을 이뤄냈고 농장규모도 13만5천평으로 늘렸다. 당시는 국내 유수의 대단위 과수농장들이 모두 적자에 허덕이던 때였다.
『호남은 역사적으로 곡물이 풍성해 복합영농을 게을리했던 곳입니다. 정보나 기술개발에도 둔감했어요. 초기에는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요.』
그가 흘린 땀은 주렁주렁 열린 과일이 보상했고 품종경신에 들어간 올해에도 7만상자의 수확으로 7억원의 수입이 전망되고 있다. 전성기에는 전남전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80%인 1천t을 수확하기도 했다.
그의 성공담은 곧 이웃으로 퍼져 호남 복합영농의 신화가 되었고 곳곳에 과수단지개발이 줄을 이었다.
『관광지가 아닌데도 버스까지 동원, 단체 견학오는 농민들이 많아요. 가까운 농업학교에서는 실습을 나오고 대학에서 실습강좌를 맡기도 합니다.』
평생을 흙과 살겠다고 다짐하는 그는 농촌에 보다 많은 젊은 엘리트들이 투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암=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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