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지금부터가 본선 무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아직 달걀을 세지 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의 실사를 마친 2014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첫 관문은 무난히 통과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실사 결과가 곧바로 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유치 활동은 이제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7월 5일(한국시간) 과테말라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때까지는 4개월이 넘게 남아 있다. 그동안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 4년 전, 2010년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했던 때와 비교하면 평창의 여건은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답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IOC 위원들이 직접 후보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을 초청해 시설과 준비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창 유치위는 동원 가능한 모든 인적 네크워크와 해외 언론매체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IOC 위원들이 모이는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 참석해 평창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네거티브 전략'이긴 하지만 상대 도시의 약점을 IOC 위원들에게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소치(러시아)는 흑해 연안에 위치해 있는 여름 휴양지다. 경기장 등 인프라가 취약하고 국제 대회 개최 경험이 없다.

또 세계야생동물기금(WWF) 등 환경보호단체들이 '곰들이 서식하고 있는 국립공원에 경기장을 세우려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잘츠부르크는 시설.환경.교통 등에서 평창을 앞서지만 주민들의 시큰둥한 반응이 최대 약점이다.

평창 유치위는 현재 잘츠부르크보다는 소치와 1, 2위를 다툴 것으로 보고 있다. 소치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한 유치 의사를 전달한데다 이미 117억 달러(약 11조원)를 소치에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IOC 위원인 비탈리 스미르노프는 IOC 부위원장을 12년, 집행위원장을 8년간 지낸 베테랑이다.

스미르노프는 "러시아에서 반쪽 대회(1980년 모스크바)가 아니라 정상적인 올림픽을 치르는 게 마지막 꿈"이라며 동료 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유치위는 2차 투표까지 갈 경우를 예상해 잘츠부르크 지지 성향 IOC 위원들의 표를 평창으로 가져오기 위한 물밑 접촉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3위를 빼고 1, 2위만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4년 전 평창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밴쿠버(캐나다)에 3표 차로 역전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한편 이가야 지하루 IOC 평가위원장은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시설들이 한데 모여있어 이동 시간이 짧은 것과 정부와 강원도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평창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도로와 겨울스포츠 경기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IOC 평가단은 소치(20~23일), 잘츠부르크(3월 14~17일)에 대한 현지 실사를 한 뒤 보고서를 IOC에 제출하며, IOC는 개최지 결정 한 달 전인 6월 5일 실사평가 보고서를 발표한다.

신동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