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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창] 가파른 고령화…노인은 힘이 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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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두드러진 특징인 저출산·고령화는 이제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연령대별 유권자 분포와 투표 성향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그런데 1980년대 출생으로 새로 유권자 대열에 합류하는 진보 성향의 젊은층보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와 보릿고개를 겪은 60대 이상 보수 성향 노년층의 투표권 행사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 총 유권자는 3,706만4,282명. 16대 대선보다 유권자가 207만2,753명(증가율 5.92%) 늘었다. 개정 선거법에 따라 19세 유권자(61만6,844명)가 처음 투표에 참여했고, 이를 포함한 20대 유권자는 약 814만4,000명으로 16대 대선 당시 20대 유권자보다 3만7,000여 명 많았다.

그런데 30대 유권자는 875만5,000여 명으로 오히려 3만6,000여 명 적었다. 그 결과 젊은층인 20·30대 유권자를 합쳐 비교하면 4년 반 사이 1,0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를 바꿔 말하면 4년 반 사이 늘어난 유권자 대부분이 40대 이상 장년층이라는 말이다.

16대 대선 당시 1,809만4,000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51.7%를 차지했던 이들 장년층이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는 2,016만5,000여 명으로 증가했으며, 그 비중도 54.4%로 높아졌다. 특히 50대는 유권자 수나 그 증가율 면에서 압도적이다.

20·30대 청년층 유권자가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이들이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저출산세대’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 해에 100만 명 넘게 태어났던 신생아는 1972년부터 90만 명대로 줄어든 데 이어 1980년대에는 85만 명 안팎으로 더욱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만 19세로 새로 유권자 대열에 합류한 1987년생은 61만7,000여 명, 올해 17대 대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할 1988년 출생아는 63만여 명이다.

그런데 6·25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1955∼63년생은 이제 40대 중반 내지 50대 초반으로 장년층의 중심을 이룬다. 50대 유권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베이비붐 초기 세대가 50대에 접어들어서다. 더구나 평균수명이 길어져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60대 이상 노년층이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권자로만 보아도 이런데, 전통적으로 ‘청저장고’(靑低長高=청년층은 낮고 장년층이 높음) 형태를 띠는 투표율을 감안한 투표자로 따지면 40대 이상 장년층의 파워는 더 커진다. 16대 대선 투표율은 20대 56.5%, 30대가 67.4%로 평균 투표율에도 미치지 못한 데 비해 40대 이상 장년층은 70∼80%대의 높은 투표율을 과시했다.

그 결과 유권자로는 20대가 60대 이상 노년층보다 238만5,000여 명 많았는데 실제 투표자로는 그 차이가 8만1,000명으로 줄었다. 20대 유권자를 진보 성향, 60대 이상을 보수 성향으로 볼 때 2002년 대선에서는 20대의 진보 성향이 다소 우세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17대 대선에는 상황이 달라질 판이다. 유권자는 여전히 20대가 60대 이상 노인층보다 많지만, 투표율을 감안한 실제 투표자는 60대 이상 노인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 연령대별 유권자에 16대 대선 투표율로 계산하면 실제 투표자는 60대 이상 노인이 502만여 명으로 20대(460만여 명)보다 42만여 명 많다. 실제 투표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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