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해상 유전 개발권 한·미 등 9개국 지분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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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캄보디아에서 석유.가스 노다지를 캐기 위한 각국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가 대량으로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근 해상의 유전개발을 놓고 한국.미국.중국 등 9개 나라가 지분 분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는 개발권이나 원유를 팔아서 벌어들일 막대한 수입을 종자돈으로 삼아 국가 경제발전을 노리고 있다.

◆유전개발 참여 경쟁=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25일자)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자국 서남부 연해 3만㎢를 6개 광구로 나눠 자국을 포함, 9개 국가가 공동 개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9개 국가는 캄보디아와 한국을 포함, 미국.중국.일본.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다. 석유 매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프랑스와 러시아.베트남까지 개발에 참여하겠다며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적어도 12개국이 참여 의사를 보인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미 A광구는 한국 LG상사와 미국 셰브론, 일본 미쓰이(三井)에 시추권을 넘겼다. B광구는 태국국가석유와 말레이시아의 석유자원사, 싱가포르 석유공사가 탐사한다. C광구는 중국.홍콩 바오리다(保利達) 집단이, D광구는 합작사인 캄보디아-중국석유가, E광구는 인도네시아의 MEDCO 국제에너지공사가 각각 개발한다. 나머지 F광구는 현재 중국의 중국해양석유가 캄보디아 석유관리국과 협상 중이어서 중국 측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전통적 우호관계를 이용해 1950년대부터 캄보디아 인근 해역에 대한 해저 지질탐사를 해왔기 때문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큰 지역에 대한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매장량 얼마나 되나=가장 먼저 노다지를 발견한 회사는 셰브론이다. 이 회사는 2005년 말 A광구에서 5군데에 시추공을 뚫어 이 중 3곳에서 가스전의 존재를 확인했다. 셰브론은 내년부터 이곳에서 일정량의 가스와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캄보디아 석유관리국에 따르면 현재 A광구 원유 추정 매장량은 4억~7억 배럴이다. 한국의 반년~1년분 사용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 지난해 말 캄보디아-중국석유는 D광구 360㎢에 대한 해저 지질조사를 마치고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캄보디아 석유관리국 관계자는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해저지형이 석유 매장 가능성이 크며,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나머지 광구는 각국 기업이 올해나 내년 중에 지질조사와 시추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세계은행은 캄보디아 해저 석유 매장량이 적어도 20억 배럴, 천연가스는 10억 입방피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해저 지질조사가 진행되면 확인 매장량이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게 세계은행의 분석이다.

◆동남아 신흥 개발도상국 탄생 예고=세계은행은 지난해 펴낸 캄보디아 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해저 원유가 본격 개발될 경우 캄보디아는 매년 20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며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지금의 두 배가 되어 신흥 개도국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석유 수출로 얻을 수입을 국가 경제개발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국 등에 협력을 요청해 놓고 있다. 캄보디아 석유관리국은 이를 위해 시추권을 확보한 각국 기업에 올해 시추작업을 시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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