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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부패 공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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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예상순익=예상수입-예상비용.

'나이트클럽 황제' 유제비씨는 이 공식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이에 근거해 상황을 판단한다. 경찰에 걸렸을 때 내게 될 벌금이나 추진 경비도 못 건질 여자에게는 접근도 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면에서 '비용 개념'을 아는 합리주의자인 셈이다.

법경제학자들은 몇몇 범죄 모형을 개발해놨다. 범죄를 정의보다는 효율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범죄 수입이 처벌 수준을 웃돈다면 범죄는 는다. 또 처벌.벌금 수준을 높인다면 예상순익이 적어져 범죄는 준다. 부패 모형도 있다.

(1-p)A > pB(p:적발 확률 A:뇌물 B:처벌 수준).

노련한 정치인인 金배지 의원은 이 부등식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 적발돼 처벌받는 규모(pB)보다 걸리지 않고 뇌물을 챙기는 경우가 크면 부담없이 돈을 받는다. 그 반대라면 '청렴한' 정치인이 된다.

이 공식에서 적발 확률은 중요한 부패 결정 요인이다. 수사 체계를 보강하면 적발 확률이 커져 부패는 준다. 하지만 무조건 적발 확률만 높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다음 공식은 보여준다.

총부패비용=순부패비용+부패통제비용.

경찰서장인 박신중씨는 이 공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뇌물 수수를 적발해야 하지만 한건을 잡기 위해 경찰관 10명이 한달은 따라다녀야 한다. 수사 인력을 붙이면 순부패비용(뇌물 적발)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엄청난 부패통제 비용(수사비)을 써야 할까. 또 무엇이 총부패비용을 줄이는 길일까.

요즘 검사.수사관 1백여명이 매달려 몇달째 정치 비자금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훨씬 큰 문제는 경제계에 미치는 부작용이다. 엄청난 부패통제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에서 총부패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패로 인한 사회적 손실, 즉 순부패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정치자금 시스템의 혁신뿐이다. "몇몇 정치인.기업인만 집어넣기 위해 방대한 수사를 벌인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부패 공식은 말하고 있다.

이규연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