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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민중의 모습 "생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독일의 전설적인 여류 민중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의 작품세계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고 있다. 30일까지 워커힐미술관.(444)8l37.
이 전시회에는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한 판화 68점, 드로잉 3점, 조각 4점이 선보였다.
콜비츠는 20세기초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묘사,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민중미술의 선구자」로 불렸다.
그는 풍경화나 정물화는 그리지 않았다. 오로지 인간,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어머니)과 아이의 모습·표정을 통해 어떠한 가난과 고통에도 굽히지 않는 강인한 힘을 찾으려 했다.
콜비츠는 특히 판학작업에 전념, 판화의 세계를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렸다. 그는 동판·석판·목판화등 다양한 판화기법을 통해 민중의 아픔을 강렬하게 전달했다.
그는 이처럼 사회적 주제를 다룸으로써 독일의 표현주의 계열에서 배제됐었으나 최근들어 선구적 표현주의작가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단순한 선동성과는 달리 인간의 슬픔과 절망을 인간의 원초적 감정세계에 호소했다는 점에서도 엄연한 표현주의 작가로 손꼽힌다.
콜비츠는 1867년 7월8일 쾨니히스베르크의 급진적 사회주의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베를린여자예술학교를 나온뒤 빈민들을 위해 의료활동을 펴고 있던 의사 카를 콜비츠와 결혼,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빈민들의 참상을 가까이 접하게 됐다.
그는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주제에 더욱 집중하게되고 예술을 통해 그들에게 봉사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게됐으며 이를 위해 제작비가 적게 들고 많은 이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판화작업에 매달렸다.
콜비츠의 초기 대표작은 『직조공들의 봉기』연작(1893∼97)으로 기아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자본가를 상대로 봉기했다가 무참하게 짓밟히는 과정을 마치 6막극처럼 6장의 판화로 제작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베를린예술전 은메달 수상자로 확정되었으나 정부의 압력으로 철회됐다. 그러나 이미 베를린미술계의 주요작가로 부상했다.
이후 『농민전쟁』연작을 비롯, 『전사』 『어머니들』등 사실주의적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1903년 그의 큰아들이 중병을 앓는 것을 겪은 콜비츠는 좀더 본질적인 인간의 비극을 형상화하기 시작했고, 특히 여성(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강인한 모성애와 투쟁정신을 강조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여성상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아니라 뜨거운 피와 굳센 근육의 여성이다.
콜비츠는 혹·백 단색조의 날카로운 대비와 단순하면서도 단단한 소묘력으로 드러매틱한 표현을 이끌어냈다.
한 시대를 「민중과 함께」뜨겁게 살다간 콜비츠는 지난 1978년 베를린의 유력지 타게스 슈피겔이 선정한 10대 역사적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독일 해외교류원(IFA)이 주관하는 세계순회전의 하나로 열린 것으로 다음은 일본·중국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게 된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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