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세저항」 암초걸린 과표현실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당초안 땅값 급등으로 뒤틀려/“공개념후퇴” 비판감수 고육책
종합토지세등 재산세의 부과기준인 토지과표를 어느 정도 시가에 접근시키느냐(과표 현실화)의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세제부문 7차계획조정위에서 기왕의 과표현실화 계획을 다시 논의,이미 무의미해진 과거의 현실화계획을 고치기로 했다.
재산세의 대폭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서 마땅히 터져나올 「여론비판」을 충분히 의식하면서도 정부가 과표현실화계획을 다시 다룰 수 밖에 없게된 것은 한마디로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다.
89년에 세웠던 애초의 과표현실화 계획이 잘못된 것이었음이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버렸기 때문이다.
표에서 보듯 애초 정부의 과표현실화 계획은 89년의 현실화율을 32.9%로 잡고 시작한 것이었다.
이를 94년까지 60%수준으로 올린다는 계획이었고,이에 따라 정부는 90∼91년 2년간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전국 평균 과표를 「두배」로 올렸다(과표인상률 90년 51.7%,91년 27%).
이 정도로 과표를 급속하게 올렸으면 89년에 짰던 계획대로 현실화율이 90년에는 36.9%,올해에는 41.4%가 됐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표에서 보듯 현실화율이 90년에 15.1%,91년에 고작 16%에 지나지 않았다.
계획과 실적이 이렇게 틀려나가게 된 것은 ▲우선 89년의 현실화율 32.9%부터가 「어림잡은」시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잘못 높이 잡혔던데다 ▲90∼91년 하필이면 땅값이 더 빠른 걸음으로 뛰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91년 현재 16%라는 현실화율을 손에 쥐고서,당초 목표대로 이를 94년까지 3년만에 60%까지 끌어올리려다간 땅값 상승을 감안,한해만에 과표를 계속 두배씩 올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 됐다.
따라서 애초의 계획이 지나치게 「비현실화」됐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현실화」시켜 올해의 현실화율 16%를 새로 출발점으로 삼아 「96년 40%」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 그간의 과정이나 실제 현실의 사정은 외면한채 단순히 「94년까지 60%」였던 과표현실화 계획이 「96년까지 40%」로 바뀌었다는 표면상의 결과치만 놓고 정부의지의 후퇴라고 몰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여론을 의식한 정부관계자의 「사전강변」이다.
또 과표현실화 추진을 이번에는 제대로 하는 대신 세부담증가폭을 덜어주기 위해 세율은 다소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90년 11월 과표현실화문제가 두번째로 거론됐을 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선 『조세저항의 주체는 극소수 과다 토지보유자와 재벌뿐』이라며 『당초 정부의 과표현실화계획도 땅값상승분을 따라 잡기 어려우므로 과표를 일시에 공시지가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다시 말해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과표 현실화율을 일시에 1백%로 해야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만큼 엄청난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우리나라 토지재산세의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이런 뜻에서 「정의」와 「조세저항」은 재산이 많든 적든 각 개개인의 딜레마일 수 밖에 없다.<양재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