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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검찰, 야당 총통후보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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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만 검찰이 내년 총통 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나설 예정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55) 주석(대표)을 공금 횡령 혐의로 13일 기소했다.

마 주석은 검찰의 발표 직후 주석 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그는 공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며 총통 선거에는 예정대로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정치적 박해라며 반정부 투쟁을 선언했고, 여권은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중국화' 정책 파동에 이번 사건이 겹치면서 현지 정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판공비 개인 유용으로 덜미=검찰이 밝힌 마 주석의 혐의는 공금 횡령이다. 마 주석이 1998~2006년 타이베이(臺北)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1200만 대만달러(약 3억1200만원)의 판공비를 개인 계좌에 예치해 유용했다는 것이다. 마 주석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소 7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천루이런(陳瑞仁) 검찰관은 "마 주석이 시장 재임 중 매월 공공 용도로 사용해야 할 판공비 17만 대만달러의 절반을 개인 계좌로 이체해 개인적으로 쓰고 영수증도 첨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 주석은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복할 내용이 많지만 검찰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그러나 청렴을 평생의 가치로 생각하고 살아온 나에게 이번 기소는 인생 전체를 잃은 것보다 더 큰 아픔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개 속 총통 선거=마 주석은 내년 총통 선거에서 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누를 유력한 야권 후보로 거론돼 왔다. 40대에 수도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돼 연임까지 한 데다 정치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쳤고 청렴 이미지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기소로 청렴 이미지가 손상돼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마 주석은 무죄를 주장하며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국민당 당규에 따르면 기소된 당원은 대권 후보에 나서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국민당 지도부는 13일 저녁 긴급회의를 열어 그의 출마가 가능하도록 당규를 개정하거나 예외 규정을 두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당은 이번 기소가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정권 반대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 총통부는 이날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며 이번 사건은 법대로 처리할 일"이라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마 주석의 사퇴가 국민당 총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우보슝(吳伯雄) 제1 부주석이 주석대리를 맡게 된다.

일부에선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의 당 복귀 가능성과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의 총통 후보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롄허(北京聯合) 대학의 대만연구소 쉬보둥(徐博東) 소장은 "마 주석의 기소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평화노선을 추구해온 국민당을 박해한 것으로, 양안 관계의 악화를 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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