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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무기 폐기 시한 내년 말로 잡았지만 북한, 핵 포기 쉽지 않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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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는 언제쯤 이뤄질까.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6자회담 참가국 누구도 자신 있게 답변하지 못한다.

이번 6자회담의 성과인 '2.13 합의'에선 핵시설 불능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불능화의 시기를 못 박지는 못했다. 따라서 다음 단계인 '핵물질 폐기→핵무기 폐기'에 대한 합의가 만들어질 때까지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폐기=한.미.일 정보당국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정권의 '특급 비밀'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보당국은 영변 5㎿e 원자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계산해 두세 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지난해 10월 9일 핵실험 때 다른 나라와 달리 핵탄두 한 발을 터트린 것도 만들어 놓은 핵무기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 수에 상관없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완전 폐기하겠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의 최종 목표도 핵무기 폐기에 있다.

이번 6자회담의 성과인 2.13 합의의 정식 명칭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로 명명된 것도 이런 목표 때문이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을 확약했다. 일단 미국은 핵무기 폐기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끝나기 직전인 2008년 12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일정표대로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김정일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험난한 산을 넘고 넘어야 북한 핵무기가 폐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경제.에너지난 때문에 핵 시설 불능화에 합의했지만 다음 단계인 핵물질과 핵무기의 폐기를 합의할지는 불확실하다"며 "북한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나면 핵무기 폐기 단계 협상에서 6자회담 참가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핵물질 폐기=북한은 핵 개발에 착수한 이래 최대 50여㎏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핵탄두 7발 분량으로 '과거 핵'이라 부른다. 북한은 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할 때 플루토늄 90g만 추출했다고 보고했다. 제1원자로의 가동 기록은 없다고 발뺌했다.

거기다 북한이 또다시 제1원자로 가동 이력을 은닉할 경우 IAEA가 2004년 이후 추출한 플루토늄 양을 계량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그래서 북한의 성실한 신고가 중요하다.

2.13 합의에서 '북한은 플루토늄을 포함해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핵시설 불능화 시행 때 참가국들과 협의하라'고 못 박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북한의 자진 신고로 추출해 놓은 플루토늄을 회수하면 러시아의 방식으로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러시아는 러시아의 핵 군축으로 회수한 플루토늄을 일반 핵연료에 혼합해 이르면 올해부터 원자력발전소에서 태우기로 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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