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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공산당 지하저항 움직임/지방지도자들 잇단 비밀 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막대한 자금도 동결전에 인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공산당 서기장직 사임과 최고회의의 공산당활동 정지 및 재산 압류,불법화 선언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한 소련 공산당이 지하 저항 조직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련의 급진파 기관지인 쿠란트가 27일 비공식 소식통을 인용,현재 소련공산당의 중앙기관 대부분이 공개적인 활동을 중지했지만 지하에서는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개혁파 일부에서도 최근 행방을 감춘 각 지방 공산당 지도자들이 지하에서 당의 재건을 위해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쿠란트는 소식통을 인용,당중앙위 소속의 중앙기관들이 26일 비밀회합을 가졌으며 이곳에서 당중앙위가 폐쇄된 상태에서 소련공산당 소속의 조직원들과 기구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여야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역시 26일 저녁 공산당 국제국소속의 또다른 그룹이 역시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스탄케비치 모스크바시 부시장은 『공산당 재산의 압류나 활동의 불법화 등은 자칫 이들 공산주의자들을 혁명이전의 지하 저항단체화할 위험이 있다』고 밝히고 공산당의 정리도 법률에 따라 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가운데 과거 공산당 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막대한 자금들이 계좌 동결조치 이전에 이미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시이스카야 가제타는 27일 공산당이 예금 뿐아니라 기타 당의 재산들을 서둘러 매각하거나 기타 다른 합법적인 기관에 이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29일 이러한 상황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각 지방공화국의 분리독립선언,러시아공화국의 급격한 권한 확대추구 등과 공산당의 권위실추 및 기득권의 박탈 등 자칫 또다른 무력항쟁을 초래할 우려가 높은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일부 평당원과 공산당내 좌파 개혁주의자들은 당내의 자본주의적 사상에 물든 속칭 개혁파들과 당이 과감히 결별하고 다른 좌파정당과 결합하자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편 공산당 재건을 위해서는 당명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사회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구해내기 위한 당지도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던 오토 라치스 등 코뮤니스트 그룹은 오는 당대회때까지는 정강 등을 확정할 방침을 가지고 과거 개혁주의적인 사고를 갖고 당의 체질개선을 요구했던 인사들과 활발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6일 간단한 서류 몇장만을 가지고 모스크바시 공산당 사무실을 빠져나가려다 군중들에게 갇혀 곤욕을 치른후 자취를 감추었던 유리 프로코피예프 모스크바시 공산당 제1서기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 주목을 끌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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