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일로 가는길 「선언」방침/노 대통령 유엔행 의미와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첫 회원국 자격 연설 국제현안 거론/두 김씨와 「깊은 대화」나눌지 큰관심
노태우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냉전체제 청산이라는 상징성으로 그자체 의미도 크지만 앞으로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는지와 관련해서도 관심을 끌고있다.
노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첫 기조연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폭넓은 주제에 관해 정부의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업저버 국가로서 비정상적인 입장에 처해 있었던 우리 외교의 입지를 확대강화한다는 점에서 광범한 국제현안에 대해 우리의 첫 공식입장을 천명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동서진영의 각축 속에 남북한은 별무소득의 무한경쟁이라는 대치외교로 일관했고 그런 가운데 우리 외교가 남북 대결의 양자관계 차원에 머물러왔던게 현실이었지만 앞으로는 국제무대위에서 다자외교에도 완전한 참여를 이룩,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상응하는 총체적 외교역량을 발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정부측은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대북한관계개선 의지를 천명하고 남북한관계의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는외에 이와같은 선상에서 세계의 분쟁종식과 평화유지 및 환경·마약등 국제적 관심사에 대해서도 우리의 의지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대통령은 북한측에 대해서도 흡수통일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분명한 의사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주목되고 있다.
노대통령은 이와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할 부시 미 대통령과 재회동하고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오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소련과의 협력문제논의도 계획하는등 유엔무대에서의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한편 유엔총회연설후 이어질 노대통령의 멕시코 공식방문은 우리나라 국가원수로서 최초의 중남미 공식방문이 되는 셈인데 중남미 최대의 교역국인 멕시코(수출 5억6천만달러·수입 2억6천만달러,90년기준)와 경제·통상등 실질적 협력관계의 확대를 도모함으로써 대중남미 진출의 여건을 더욱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제적위상을 과시하는 노대통령의 유엔연설에 비쳐지는 화려한 각광과 함께 그 뒤안에 이뤄질 국내 정치의 흥정여부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노대통령의 유엔연설이 남북관계나 통일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는등 앞으로의 정국에 대해 어떤 방향을 제시할는지에 따라 국내정치에 파급효과가 미칠 수도 있고,노대통령이 동행하는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이나 김대중 신민당총재와 이런 문제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청와대나 민자당측은 노대통령과 두김씨의 유엔총회 참석이 「유엔가입 축하」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며 그곳에서 특별한 회담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신민당측도 뉴욕에서 노­김밀담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이런 국내정치적 요소들로 노대통령에 쏠릴 스폿라이트의빛이 바래는 것을 원치않는 느낌이다.
두 김씨등도 이런점을 감안해 따로 뉴욕으로가는 일정을 잡는등 신경을 쓰고 있다.
또 지나치게 떠들썩한 유엔가입 축하모임에 대한 국내의 비판적 여론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으로 한국의 국제적위상에대한 재조명이 이뤄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에 대한 요구도 강력해질 것이라는게 청와대의 내밀한 희망이기도 하다.<김현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