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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19배,27년간 190배 오른'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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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6년 동안 19배, 27년반 동안 190배 상승한 아파트가 있습니다. 재건축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잠실1동의 주공 15평형이 1988년 10월에 4,300만원이던 것이 2004년에 8억2000만원까지 오르면서 약 16년 동안에 19배 상승하였습니다. 최초 입주시점은 1976년 12월로서 그 당시 분양가 432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27년반 동안에는 190배 오른 결과입니다. 이를 복리이율로 환산하면, 연평균 약 20%의 상승률입니다.

이 아파트는 그 뒤 2005년에 재건축 들어가서 지금은 2008년 8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 중에 있습니다. 16년이나 27년이라는 세월 동안 계속하여 이 아파트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어떤 투자대상에서 계산상으로 나타나는 수익률은 특정 기간 동안의 수익률입니다. 긴 세월에 걸쳐 결국은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가더라도, 시간경과에 따른 상승속도는 일정하지 않습니다.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어떤 요인이 생기면서 조정을 받거나 하락하는 구간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상승폭에 비하여 조정시 하락폭이 무척 작다고 간과되기도 하지만, 조정기간이 길어질수록 총 투자기간에 대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게 됩니다. 저점일 때에 사서 오랜 세월 가격이 크게 오른 뒤 연평균 장기투자수익률이 최고에 달하는 시점까지만 보유하다가 최고의 연 수익률을 현실화하면서 파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격이 나중에도 계속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둔화된다면 연평균 장기투자수익률은 저하되는 것입니다. 즉, 그 어떤 것에서나 오직 시세차익만을 겨냥하는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타이밍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소유자들이 무조건 끝까지 보유하지는 않으며, 가격이 오르는 장기사이클의 도중에 나타나는 작은 사이클의 변곡점 근처에서 이익실현의 목적, 투자심리의 불안감, 개인적 사정 등으로 팔게 되는 사람이 생기면 손바뀜이 일어나게 됩니다. 지금 강남의 땅이 예전에 말죽거리 벌판이던 시절에 비해서 가격상승은 천문학적이라 하겠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말죽거리 벌판의 땅을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기는 썩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긴 세월 동안에 결과적으로 부동산이 크게 오르는 결과를 얻게 된 사람들 중에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재테크의 주변 환경과 정보에 밝은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잘 모르면서 묻어두었던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강남의 대치동에서 유명한 아파트 단지인 선경아파트, 은마아파트 등의 단지에도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생업에만 충실하고 재테크에는 별로 아는 바 없는 사람들로서 그 아파트에 20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주 쌀 때 보유하기 시작해서 정말로 장기적으로 묻어두게 되는 사례들을 보면, 재테크 안테나를 곤두세우면서 보유해 온 것이 아닌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오랜 세월 장기 보유한 사연 중에는, 사는 곳에 적응되고 살기 편해져서 굳이 이사 안가고 계속 살다보니 엄청나게 크게 오른 경우, 조상이 물려준 부동! 산인데 함부로 처분할 수 없어서 그대로 묻어두게 된 경우, 돈 굴리는 방법 잘 모르고 그저 열심히 일하면서, 버는 돈 모이는대로 부동산 구입하여 묻어둔 경우, 여러 사람 공동소유로 되어있어서,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은 채 방치해둔 경우, 외국에 오랫동안 나갔다 들어왔더니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있는 경우, 기타 등등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물론 재테크에 밝으면 어떤 투자대상의 장기 상승사이클의 도중에 나타나는 중기나 단기 상승사이클에 편승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잠실주공 재건축 아파트도 지나고 보니 장기상승 대사이클이었지만 80년대 말, 90년대 중반, 2000년대 전반부의 중기사이클을 거치면서 상승해온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아무 부동산이나 세월이 많이 흐른다고 해서 일반적인 투자에서의 시장수익률을 훨씬 초과할 정도로 엄청나게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간 과거 사례 중에서 잠실 주공아파트는 장기상승률이 가장 높은 사례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아직 허물지 않고 미래의 재건축을 기다리는 개포동의 주공아파트도 비슷한 상승률을 나타낸 상태입니다. 개포동 주공 1단지의 17평형이 분양가가 1천3,547만원으로 1982년 5월에 입주가 이루어진 이래로 2007년 1월 현재 시점 13억원 이상의 시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100배가 상승한 것으로서 복리로 환산하면 연평균 20% 수익률이며, 이는 앞서 언급하였던 잠실주공 아파트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이들은 용적률이 매우 적게 지어졌던 아파트로서 강남권에서도 장기상승률이 최대인 아파트에 해당하며 강남권에서 인기 아파트라도 다른 아파트들은 그보다 떨어집니다. 은마아파트는 분양가가 2천3,390만원이었던 34평형이 1980년 1월에 입주가 이루어진 이후 지금은 13억원 근처이기 때문에 27년 동안 복리로 연평균 16%입니다. 이들처럼 최고로 인기를 모을 수 있었던 아파트가 아닌 평범한 아파트들은 오랜 세월 동안의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르는 시기에는 빠른 속도로 오르지만 조정기간이 으레 수반되기 때문에 장기간의 연평균 상승률은 종종 그렇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수익률 나타내었던 위 재건축아파트도 오랜 세월 동안에 도중에 조정기간을 수반해왔던 것입니다. 잠실 주공 1단지 15평형의 1988년 10월부터 2004년! 7월까지의 가격변동을 나타낸 아래 표에서 구체적으로 그러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주)부동산뱅크’의 자료를 이용함)

◆ [그래프] 잠실1동 주공1단지 15평형 가격변동

간과할 수 없는 사실로서, 이런 재건축아파트의 시세가 조정을 나타낸 것과 본격 상승을 나타낸 것이 정책과 어느 정도 맞물려 왔음을 과거의 보도자료를 시간을 따라서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아파트들이 동반상승하던 80년대 말부터 91년초까지의 대상승시기를 지나서 그뒤로 하락조정을 나타내었습니다. 재상승이 93년~94년에 나타났다가, 95년에 들어서서는 지루한 횡보를 하던 시절에 나온 것이 다음 보도입니다.

“재건축 장기간 표류. 잠실 주민 속탄다 [매일경제, 1995-09-18]: 서울지역의 최대 민원의 하나인 2만1천2백50가구의 오래된 잠실 주공 및 시영 아파트 재건축문제가 장기간 표류해 해당주민들의 민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해당구청이 재건축규모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부터 계속 미뤄진 이 문제가 민선 시장취임 이후 곧바로 해결될 것을 기대했던 아파트주민들이 아직까지 저밀도지구해제여부도 결정되지 않자 조만간 강력한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잠실재건축문제는 뜨거운 시정현안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인 저밀도지구재건축사업을 놓고 도시의 균형발전을 주장하는 서울시와 해당지역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청간에 커다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당시 해당지역주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서는 강력한 의지의 정책을 폈습니다. 이로 인하여 재건축시장은 얼어붙은채 정부 눈치만 보면서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보도에 보면,

“재개발·재건축 기준 대폭 강화 / 서울시 내년 인허가분부터 일부적용 [매일경제 1995-09-25]: 서울시는 도시의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용적률 및 층고 등을 제한하는 주택시가지 정비방안을 마련, 무분별한 재개발 및 재건축을 억제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에 따른 고층고밀화로 극심한 교통난, 도시경관 저해 등 새로운 도시문제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도시계획 차원에서 재개발 및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대폭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다가 재건축에 유리하게끔 정부 정책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다시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음 보도에 보면,

“서울 저밀도지구 재건축규제 완화하자 택지개발지구 아파트도 꿈틀 [서울경제 1996-11-26]: 상세지역 지정땐 고층재건축 가능 기대. 개포­고덕 등… 가격 폭등세 매물 회수도. 서울시내 저밀도지구 아파트 재건축규제가 풀리면서 이 여파가 개포, 고덕지구 등 택지개발지구 아파트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저밀도지역 재건축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서울시가「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남 개포지구, 강동 고덕지구 등 택지개발지구내 아파트 주민들은 조합을 구성하는 등 고층아파트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택지개발사업 업무처리지침에 묶여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저밀도지역 재건축 규제 완화발표이후 개포, 고덕지구 등 택지개발지구내 아파트 주민들이 『최저밀도지역 수준까지는 재건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매물을 회수하는 바람에 가격이 덩달아 큰 폭으로 오르고 거래마저 거의 끊겨버리는 등 부동산유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로 인하여 재건축아파트 시세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다가 IMF 만나면서 전체적으로 크게 하락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 정부에서는 강남의 재건축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을 펴나감에 따라 재건축아파트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선도하는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이에 따라 재건축아파트 가격의 폭등세가 야기되었고, 그 영향으로 인하여 주변 다른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이 가속화되었습니다. 다음 보도에 보면,

“강남 아파트 재건축이익 강북 2배 [서울경제 2003-02-26]: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재건축 개발이익이 강북권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아파트 재건축시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조합원이 받는 평균 보상가격은 평당 825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강북권의 평당 보상가 375만원과 경기지역의 50만원에 비하면 각각 2.2배와 16.5배에 달하는 것이어서 재건축으로 인한 지역별 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무상지분도 40% 차이 보여=특히 조합원이 재건축을 통해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평형도 강남권이 강북권 보다 40%가량 넓은 것으로 조사됐다. 용적률 250%를 기준으로 재건축할 때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이 무상으로 배정 받을 수 있는 지분(무상지분률)은 기존 대지지분의 171.8%인 반면 강북권은 133.9%에 불과했다. 기존의 대지 지분인 아파트! 라면 강남권 조합원은 재건축을 통해 30.9평까지 무상으로 배정 받을 수 있지만 강북권 조합원은 24.1평만을 배정 받는 셈.”

▶즉 강남재건축 아파트의 장기간에 걸친 시세변화에는 정책이 연결되어온 셈입니다. 그 뒤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의 발표, 추가부담금에 논의 등이 이어지게 되었고, 올해의 부동산 정책까지 온 것입니다.

이건희 (외부 필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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