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위는 뭘하고 있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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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정책에서 정부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란 환경보호와 개발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적절히 조정하는 일이다.
국민의 생활향상과 소득제고를 위한 경제개발이 당장에 필요한 정책과제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쾌적한 생활의 영위는 물론,앞으로도 영구히 이용이 가능하도록 자연과 자원을 보존·보호하는 일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적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현재 정부부처간의 의견상충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환경정책은 국가 차원의 대국적인 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선 강원도 고성의 신평리 일대에 수십년된 수목과 초원을 순식간에 깔아뭉개고 조성된 무려 2백60만평의 잼버리장이 온갖 쓰레기와 황토가 널린 채 페허화되고 있다. 이곳에 골프장과 콘도를 짓겠다는 기업들과 야영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체육청소년부,그리고 원상회복과 개발규제를 주장하는 환경처가 맞서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환경처가 자원의 재활용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폐기물 예치금제도는 경제기획원과 상공부가 업계의 부담과 물가자극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못되고 있다. 또 쓰레기 분리수거제도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요청했으나 정부 심의과정에서 거부됐다.
이처럼 정부부처간의 이견의 상충은 해당 부처가 갖는 고유의 입장과 역할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설치돼 있는 정부기구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환경보전위원회다. 벌써 몇달째나 논란만 벌이고 있는 환경문제를 둘러싼 정부내 줄다리기를 외면하고 있는 이 위원회의 처사를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이 앞장서서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정부가 뒷받침하지 않고 오히려 묵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국민 공유의 재산인 자연을 몇몇 기업가들의 이익옹호를 위해 훼손하도록 허용하는 정부의 처사는 지금까지 숱하게 국민을 실망시켜 왔다.
물론 1인당 소득 5천달러 수준에서 2만달러 수준의 환경을 누리겠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것이다. 그래서 보전과 개발에 균형을 찾자는 것이고 그 균형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유지하자고 만든 것이 중간조정기구가 아니겠는가. 환경보전위원회의 역할 활성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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