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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목숨건 제거작업(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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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옛 국경지대 「실종지뢰」 3만기 찾아라”/매설 오래돼 위치 “오리무중”/거의 플래스틱제로 탐지기에도 안잡혀/수색장비도 낡아 폭발위험속 악전고투
통일 9개월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는 구동서독 국경지대에 과거 구동독군이 매설했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총연장 1천3백93㎞에 달하는 구동서독 국경지역에 구동독군이 매설했던 지뢰는 자그마치 1백30여만기.
구동독 정부는 주로 동독 주민의 서독탈출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지난 1961년 국방부 훈령 85/61호에 의거,4천5백26기의 소련제 POMS2형 파편 지뢰를 철책에 설치했다. 이어 62년 44만9천기,63년 36만4천기를 집중 매설했으며 지뢰의 자체생산에 성공한 구동독은 71년 9만9천기를,77년에는 40만기의 대인지뢰를 매설했다. 이로써 구동서독 국경지역은 이른바 「죽음의 띠」가 돼버렸다.
이처럼 늘어만 가던 지뢰를 철거하는 작업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84,85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서 내려진 결정에 따라 지뢰제거가 의무화되면서부터다.
구동서독 관계의 개선과 국제여론악화를 의식한 구동독 정부는 애써 묻었던 지뢰제거 작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뒤 구동독군은 수차례에 걸쳐 지뢰제거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1명이 사망하고 1백12명이 부상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지뢰제거작업에도 불구,지뢰는 완전히 제거되지 못했다. 매설된 숫자와 통일때까지 제거된 숫자 사이에 3만기의 차이가 나고 있는 것.
현재의 지뢰제거작업은 바로 이 3만기의 「실종지뢰」를 찾아 제거하는 작업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지뢰탐사 및 제거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부대는 바로 이 지뢰를 매설했던 구동독 국경수비대 요원들이다.
「결자해지」라는 말보다는 「인과응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는 것은 이 작업이 그만큼 어렵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구동독 국경수비대요원중 슈톨텐베르크 국방장관의 위촉으로 지뢰제거에 투입된 인원은 모두 2천명.
남부와 북부의 2개부대로 나뉘어 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를 목숨을 운에 맡긴 「승천부대」 요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남은 지뢰들은 매설한지 오랜 세월이 지나 홍수나 산사태 등으로 사방에 흩어진데다 PMN형 지뢰는 대부분이 플래스틱으로 만들어져 지뢰탐지기로도 찾기가 매우 어려워 지뢰제거작업에는 큰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뢰제거장비도 충분치 않을뿐더러 대부분 낡은 것들이어서 이들은 온갖 위험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독일은 웬만한 나라는 거의가 보유하고 있는 지뢰제거용 장갑차를 갖고있지 않으며 지뢰작업에 투입된 불도저등 중장비도 대부분 20년이 넘은 낡은 것들 뿐이다.
지뢰제거작업은 우선 대형불도저로 매설지역을 운행,지표면 가까이에 매설된 지뢰들을 폭발시킨다. 그다음 트랙터로 써래질을 한뒤 방탄복을 입은 요원들이 불도저앞에 설치된 작업대위에서 일일이 육안으로 찾아내는데 한 지역에 대해 이같은 작업을 네차례 반복한다.
만약 지뢰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이같은 작업을 네차례 더 반복한다.
이 지뢰제거부대에는 그러나 폭약전문가가 없다.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보수가 충분치 않아 전문가들은 모두 다른 직장에 취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뢰가 발견될 경우 이를 제거할 능력을 갖춘 폭약전문가들이 올때까지 하루이상 기다리는 일이 많아 지뢰제거작업은 지연되기 일쑤다.
최근들어 이들의 작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환경보호론자들과 관광객들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은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이 지역에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지뢰제거작업으로 이들의 생활환경이 파괴되고 있다고 곳곳에서 항의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들은 수많은 경고표지에도 불구,「설마」하는 마음으로 지뢰밭을 활보하면서 스릴을 만끽하고 있어 지뢰제거 요원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이밖에 주변에 사는 농부들이 잘 자란 풀밭에 가축을 풀어놓아 이들의 작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 지뢰제거부대는 오는 9월 해체되고 나머지 작업은 1백50명의 수색조가 계속하도록 되어 있다.
이 작업이 완전히 끝나려면 최소 4년은 걸릴 것으로 독일 국방부측은 예상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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