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켈슨 "가족 위해선 메이저 우승도 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승리는 달콤하지만 가족은 더 달콤하다."

필 미켈슨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미켈슨은 소문난 애처가다.

그뿐 아니라 세 명의 자녀(2녀 1남)를 끔찍이 아낀다. 가족과 떨어지지 않으려 해외 경기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12일 AT&T 내셔널 프로암에서 우승한 미켈슨은 스코어카드에 사인하기도 전에 부인과 세 자녀와 입을 맞췄다.

가족 사랑에 대한 일화도 많다. 1999년 여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참가했을 때 미켈슨의 부인 에이미는 만삭이었다. 미켈슨은 "아내가 진통 기미를 보이면 우승을 눈앞에 두고서라도 곧바로 달려가겠다"며 비퍼를 차고 나왔다.

경기 중 비퍼는 울리지 않았으나 미켈슨은 한 타 차로 페인 스튜어트(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골프계에서는 지금도 '미켈슨이 비퍼에 신경을 쓰지 않고 골프에 집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가정을 한다. 스튜어트는 18번 홀 그린에서 미켈슨의 양볼을 보듬으며 "아버지가 되는 게 그리 좋으냐"고 말했다.

이 우승을 놓친 뒤 미켈슨은 번번이 메이저대회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했다. 그래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못한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동정 반 비아냥 반의 딱지가 붙었다. 그러나 그는 "우승보다 가족이 중요하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 뒤에 딸과 아들을 더 낳아 세 자녀의 아버지가 된 미켈슨은 결국 2004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감격을 안았다.

그럼에도 미켈슨은 '기적 같은 일요일, 그러나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책에서 가족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