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 동방신기·SS501·슈퍼주니어 교복 사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 브랜드 교복 광고 사진.

E 브랜드 교복 광고 사진.

"나 동방신기 교복 입을래"

성남에 사는 주부 김미주(43)씨.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둔 김 씨는 최근 10여년 만에 계약직으로 재취업했다. 남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 부담 때문이다. "아들은 중3이고, 올 3월에 딸도 중학생이 돼요. 교복값부터 학원비까지 남편 혼자 벌어선 어림없어요." 지난 8일 만난 김씨는 요즘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박지연.14)과 교복때문에 신경전이 한창이라고 했다.

◇"동방신기 교복 사줘"=8일 오후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박지연 양은 들떠있었다. "P브랜드 책가방을 사기로 했어요. 친척 언니가 사준대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유명 브랜드 책가방을 맨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교복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진다. "엄마가 '동방신기 교복'을 안 사주려고 해요." 동방신기는 10대 청소년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 댄스그룹. '동방신기 교복'이란 이 그룹이 모델로 활동중인 유명 교복업체 S 브랜드를 일컫는 말이다. 또래들은 브랜드명 대신 모델이름으로 교복을 구별한다고 했다. "어떤 애들은 SS501 교복(E 브랜드) 좋아하구요, 어떤 애들은 슈퍼주니어 교복(I 브랜드)을 산대요."

◇"남편 정장 한벌 값인데"=박 양의 얘기를 듣던 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 두 군데밖에 안 보내는데 한달에 딸아이한테만 50만원이 넘게 들어가요. 그런데 블라우스 하나를 추가하니 교복값이 40만원 다 돼더라구요. 남편 정장 한벌 값이잖아요." 김씨의 계약직 월급은 120만원. 아들(중3)의 학원비까지 내면 남는 게 없다. 김씨는 "반값인 중저가 브랜드 교복을 구입하고 싶지만 딸이 요지부동"이라고 했다. "'친구들도 다 동방신기 교복을 샀다'면서 울더라구요." 김 씨는 "처녀적엔 멋쟁이 소리도 들었는데, 애들 키우며 단벌신사꼴"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I 브랜드 교복 광고 사진.

◇70만원 교복 "과장이다"=모녀 사이를 가른 S사 교복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소위 '명품 교복' 중 하나이다. S와 I, E브랜드는 현재 교복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70만원짜리 교복 출시'로 논란의 대상이 된 S사는 학부모들의 성토에 "사실이 상당부분 왜곡돼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미엄 라인이라고 불리는 T라인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국내에선 일부 특목고용으로만 시범 판매한다는 설명이다. S사 관계자는 "일반 교복값은 각 대리점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며, 일부 시민 단체가 주장하는 70만원 교복 값은 코트 및 가디건 금액을 포함한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마케팅 '거품 빼라'=업체의 주장에 대해 교복값 정상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그간 유명 업체들이 폭리를 취해왔다"고 반박한다. "경품과 스타마케팅, 복잡한 유통 과정 등 거품을 빼면 15만원 선에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명 브랜드 3사는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스타를 모델로 하고 교복 구매시 브로마이드 등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들은 브랜드 교복을 입고 "다리가 길어 보인다" "스타일이 산다"고 광고하고, 이들을 추종하는 청소년이 고가 교복을 고집하면서 '교복값 거품'이 꺼지지 않는단 얘기다. 하지만 S사 관계자는 "인기 스타가 청소년들의 교복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광고 모델로 채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복값에 미치는 영향은 벌당 2000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박연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