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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을 고르비 수준으로 격상/미의 대소정책 어떻게 변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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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혁속도 봐가며 지원”… 군축등 낙관
미국은 강경보수세력이 몰락한 소련이 좀더 과감한 시장경제화·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전제로 새차원의 대소관계정립을 모색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22일의 기자회견에서 『소련에 대한 미국의 정책목표는 시장경제의 조속한 도입과 민주체제의 완성이며 이번 강경세력의 패배는 소련이 이를 실현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정책목표를 실현키 위한 구체적인 정책선택을 놓고 고민해야할 사안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미국은 고르바초프와 옐친중 누구와 비중있는 거래를 해야하며 중앙연방정부와 지방공화국정부의 관계에서 이제까지와 같이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쪽으로 계속 밀고가야할 것인가,또 경제지원은 어느 수준까지 확대해야하며 발트해공화국들의 독립요구는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입장을 정리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부시 대통령의 22일 기자회견 내용 등을 종합해 볼때 미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인 대소정책전환을 고려치않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우선 고르바초프와 옐친을 놓고도 미국은 종래와 같이 양자를 모두 인정하는 선에서 관계를 유지할 것이 확실하다.
다만 이번사태를 통해 정치적인 힘이 확실하게 부각된 옐친에 대한 대접이 격상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옐친이 러시아의 직선대통령으로 선출되기전까지만 해도 비중있게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옐친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공항에 고위직 공무원이 출영나가는 것을 막았다.
고르바초프 진영과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 하원정보위의 매커디위원장은 노골적으로 『고르바초프의 시대는 가고 옐친의 시대가 왔다』며 행정부가 시선을 돌리도록 촉구했다.
그렇지만 연방정부의 상징으로 고르바초프의 역할이 계속 중요함을 간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의 확대문제도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뒤에서 잡아당겼던 보수세력이 약화됨에 따라 개혁의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있다.
앞으로 몇달사이에 개혁이 진전되면 개혁세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원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있다.
부시 대통령도 『소련의 경제개혁 속도에 따라 지원을 확대할 생각이며 이를 위한 상황이 훨씬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쿠데타발생시 보류시켰던 각종 지원을 계속키로 했으며 최혜국대우·식량차관등도 곧 처리키로 하고 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중동평화회의의 공동소집,전략무기감축의 마무리등 외교적 현안을 놓고도 계속 협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보수세력으로 부터 홍역을 치른 소련이 어느정도 개혁에 박차를 가하느냐를 지켜본뒤 새 대안을 내놓겠다는 생각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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