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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트로이카의 성공 확신”/고르바초프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임제의에 “절대 동조못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22일 오후6시(한국시간 22일자정) 소 외무부청사에서 복권이후 최초의 정식 내외신기자회견을 갖고 연금동안의 상황설명에 이어 질의응답을 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위대한 국민에 의해 쿠데타는 실패했으며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게됐다고 이 회견에서 강조했다. 다음은 회견 및 일문일답 요지.
▲나는 85년(당서기장취임)이래 가장 곤란한 사태를 경험했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모든 법을 무시한채 일으킨 쿠데타다. 내가 등용하고 신임했던 사람들이 단순한 가담자가 아니라 주모자로서 쿠데타를 계획,자행했다.
▲18일 오후 5시10분전 국가보안위원회(KGB)경호실장이 『모스크바로부터 온 사람들과 교섭이 행해지고 있다』고 보고해왔다.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모두 불통이었다. 그때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음을 실감했다.
▲아내와 딸에게 정치적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협박에도 한치의 양보를 하지말도록 말했으며 그들도 납득했다.
▲방에는 이미 발레리 볼딘 대통령비서실장이 대기,대통령권한을 부통령에게 이양시키라는 최초의 제안을 했다. 누가 조종했느냐고 묻자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제안이라는 것이었다. 『소연방최고회의는 그런 결정을 한적이 없다』고 말하자 국가는 지금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으므로 대통령이 이곳에 남을지,부통령에게 권한을 넘길지의 선택밖에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나는 『국가가 사회·경제적으로 곤란한 사정을 잘 알고있으며 조급해서는 안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있다. 정치적·도의적인 의미에서도 이같은 방법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같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수백만명이 피를 흘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유혈은 있어서도 안된다. 너희들은 폭도들이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신연방조약체결을 하루 앞두고 시장경제이행등을 신중히 검토하고있는 시점에 대체 무슨짓을 하고 있는가』라고 대답했다.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너희들의 요구는 또다시 전체주의로 되돌아가는 자살행위』라고 대답했다.
▲『사임하라』는 그들의 제안에 나는 결코 동조할 수 없음을 언명했다. 나는 이때 마침 20일 신연방조약조인 장소에서 행할 연설초안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화과정에서 합의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모스크바에서 이야기하자고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비상사태선언에 대해 국민들은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현상황 아래서는 어떠한 독재자도 지지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에게 32페이지에 이르는 조문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지만 그것은 나라를 매장하는 것이었다.
▲나는 최고회의와 인민대의원대회를 즉시 소집할 것을 제안한다. 임시대회라도 상관없다. 그 자리에서 나는 서방과의 협력관계,국내의 중요문제를 동시에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 각국이 우리들과 협력할 용의가 있음은 물론이다.
▲나는 그들(주모자들)에게도 이렇게 제안했지만 그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너희들은 반드시 실패한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로써 대화는 끝났다.
▲나의 단호한 반대에 부닥쳐 그들은 결국 32명의 감시원을 붙여 나를 외부로부터 격리시켰다.
▲나는 식사도 제한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적 맹목성,범죄적 태도가 길게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싸웠다.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질 생각은 없었다. 모든것이 차단돼 있었지만 낡은 라디오 하나를 찾아냈다. 안테나를 세우고 어렵게 전파를 잡았다. BBC가 그런대로 잘 잡혔다.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도 들렸다. 나는 소련과 외국의 모든 기자들이 시민들편에 서서 쿠데타에 찬성하지 않았던 것에 감사한다.
▲우리들은 6년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 사회가 쿠데타를 실패하게했다. 군도 국민과 협력했고 공화국도 쿠데타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러시아 공화국정부·국민·위대한 옐친 대통령의 행위를 높이 평가한다. 더욱이 쿠데타를 물리친 모스크바·레닌그라드등의 시민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국민의 참된 입장을 아는데 이처럼 좋은 기회는 없었다. 나는 실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부시 미 대통령·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콜 독일 총리,멀로니 캐나다 총리·가이후(해부준수) 일총리·안드레오티 이탈리아 총리·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등. 경우가 다르지만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그리고 루빅스 라트비아공산당 제1서기와도 얘기했다.
나는 발트해 3국이 고난의 길을 걷고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루빅스가 쿠데타를 지지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정이 매우 곤란하다는 것을 알았다.
▲쿠데타세력은 대통령전용기에 타고 나를 맞으러 왔다. 나는 공화국과의 회선을 이어주지 않는한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옐친·나자르바예프·크라프추크·칼리모프등과 이야기했다. 그들도 싸우고있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말했다. 나의 감시원들로부터 해군으로부터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지만 사실은 나를 보호해주려고까지 해준듯하다.
나는 쿠데타세력의 손발을 없애버릴 때까지 크림반도를 나올 생각은 없었다. 드디어 러시아공화국으로부터 나를 맞으러 사람들이 왔다.
▲러시아공화국대표단이 도착했다. 대화를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원만한 대화가 오고갔으며 3일간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얼마나 민주적으로 해결해야하는가를 이야기했다. 이윽고 루키야노프가 왔다. 주모자들과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주모자들을 비행기에 태우고 모스크바로 돌려보냈으나 비행기에서 내릴때 체포됐다. 그들에게 협력한 사람들을 크렘린에 한발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지시도 내렸다.
▲격리된 수일동안 나는 실종자가 되거나 심지어는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
▲연금된 크림반도에서 4편의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이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연방정부로 보낼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내 주치의가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내용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요지.
­지난해 10월 쿠데타를 일으킬만한 인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페레스트로이카에는 여러가지 단계가 있다. 다만 잊어서는 안될 부분은 이 가운데 어느 단계에 우리나라가 머물러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제1단계에서는 우리 사회는 유감스러우나 아직까지 민주적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사회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정치적 정책을 지키는 것이 내가 이룩해야할 과제였다. 제19차 당대회이후에는 국민투표·글라스노스트(개방)등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연방을 발전시키는 것도,연방을 붕괴시키는 것도 있었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쿠데타가 일어났던 3일동안 발한 대통령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오늘오전 6시 겨우 집에 도착했다. 그후 1시간만에 옐친 대통령이 행한 결정들을 담은 자료가 내게 도착했다. 러시아공화국 인민들의 결정은 고도의 사고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결정배경에는 그럴만한 필요가 있었던 상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쿠데타의 주모자들과 같은 사람들을 당초 왜 당지도부에 발탁했는가.
▲내게 있어 그것은 큰 교훈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내가 야나예프를 선택했을 때 최고회의는 크게 반대했다. 그러나 나는 그를 신뢰했었다.
­러시아국민들은 이번 사태로 무엇을 배웠는가.
▲결정적으로 모든 개혁을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세력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여기에도 곧 착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함께 합의에 기초한 개혁추진 이라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공산당에 대한 평가는.
▲현 상황을 개혁하고자하는 맥락에서 공산당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만 한다.
우선 공산당으로부터 반동세력을 일소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다고해서 당전체에 쿠데타 발생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천명의 당원중에는 민주주의적 열망이 강한 당원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옐친이 대통령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옐친 대통령과 나는 합의에 입각,모든 민주세력들을 통일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로를 대립시키는 부분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라이사여사는 연금기간중 어떤 생활을 했나.
▲손녀 아나스타샤는 아무 영문도 몰랐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바다에서 놀기도 했으나 가끔 경호원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저지당한 적은 있다.
라이사는 육체적인 고통을 호소했다.<모스크바 ap·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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