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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모순 시정이 통일의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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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분단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남북한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술토론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한민족 철학자대회」가 끝내 북한측이 불참한 가운데 2l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개막됐다.
23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막을 올린 이 한민족 철학가대회에는 당초 북한측이 학자 10명을 포함한 20명의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l4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불참을 공식통보 해옴에 따라 남북한 학자들의 대화를 통한 공동학술토론의 역사적 장을 마련해보겠다는 대회의미를 크게 퇴색시켰다.
대회 집행위원회 (위원장 소광희)측은 북한측의 불참통보에 따라 이번 대회 공동주제 「변화하는 시대와 철학의 과제」의 제4분과 소주제로 결정됐던 「주체사상과 시대의 변화」를 일정에서 제외한 채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개막에 이어 행해진 「분단상황과 철학자의 임무」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북 철학자들이 각기 자신들이 속한 체제의 모순과 비리를 파헤치고 그 시정방안을 탐구하는 일이야말로 우리민족의 과제인 통일을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부 제1주제 「통일공간의 사상과 체제」에서 「분단을 넘어서는 통일의 철학」이란 논문을 발표한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는 『통일에 앞서 남북 및 해외학자들의 학문공동체라 할 수 있는 종합과학적 연구기관을 판문점에 세워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할 수 있게 하자』고 제의, 눈길을 모았다.
이어 재소 철학자인 게라심 안드레비치 교수(소연방 아카데미)는 「통일공간의 사상과 체계」라는 주제발표에서 『남북한인들간의 심리적 분리가 정치적 분리보다 훨씬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의 기계적 연합이나 독일과 같은 일방의 흡수가 아니라 통일체(통일국가)와 부분들(남북체제 및 사회)이 연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속개된 제3주제 「과학기술혁명과 인간의 삶의 환경」분과에서 김진현 과기처장관은 「새로운 세기의 한국의 과학과 사회」란 주제논문을 통해 『주위를 둘러싼 갖가지 제약과 난관을 극복하고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이고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남북한과 재외 과학기술자들을 모두 묶는 한민족 과학기술공동체의 유기적 결성과 지원에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한편 대회 마지막날인 23일에는 제2부 순서로 「시대·민족·철학」「철학·한민족·한국어」「칸트와 한국철학」「현대예술과 미학의 과제」「감정의 현상학」「진리와 의미」「사회윤리의 제문제」「한국 전통철학과 동양철학연구」「서양 고·중세 철학연구」등 모두 9개 분과에 걸쳐 개별적인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유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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