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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와 일 사회당」 주제/고대 평화연 주최 세미나 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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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일 과거 역사 청산” 의견일치/일 사회당 대한노선 변화확인/「아시아 안보협력체제」엔 상당한 이견
최근 일본 사회당의 노선변화 움직임이 주목을 끌고있는 가운데 고려대 평화연구소(소장 최상룡 교수)가 주최한 「동북아의 평화와 일 사회당」이란 주제의 세미나에 일본 사회당의원들이 다수 참석,토론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한국측에서는 황병태·남재희(민자당)·정대철(신민당)의원과 민주당 이부영 부총재·홍사덕 정무위원,김낙중 민중당 대표위원,이영희 한양대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토 히데코(이동수자)의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의 변화와 더불어 한반도르 둘러싼 움직임도 급변하고 있다』며 『한소 수교,남북한의 유엔가입 신청,일­북한 국교정상화 교섭 등의 움직임은 한국의 북방 외교노력에 따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토 의원은 이어 남북한 통일을 위한 조속한 일­북한 수교,한일 관계 재정립을 위한 일본의 사죄 등을 주장하고 동북아시아의 집단 안전보장을 위해 아시아판 유럽안보협력회의 결성을 제의.
이날 토론을 주제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일 사회당의 대한 정책변화=토론에 나선 황병태 의원은 『일 사회당의 대한정책은 한반도가 처해있는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지 못했다』며 『사회당이 갖고있는 한국에 대한 정책변화와 입장을 보다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
이에 쓰쓰이 노부다카(통정신륭)의원은 『우리는 최근 개최한 당대회에서 「사회주의」를 버리고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선언한바 있다』고 상기시키고 『지금까지 한국에 대해 모호한 입장이었으나 이날 당대회에서 한일 기본조약에 찬성하고 한반도에 두개의 정부를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
4선 당 고문인 이가라시 코조(오십람광삼)의원 등 대부분의 사회당 의원들도 『일 사회당의 대한 정책변화는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됐다』고 해 노선선회를 시사.
▲일­북한 수교문제=일 사회당 의원들의 조속한 일­북한 수교주장에 대해 한국측 토론자간에는 「신중론」과 「적극론」이 대립되기도 했다.
이영희 교수는 『일­북한 수교에 있어서 일본이 제시하는 전제조건은 위선적이고 시시한 것』이라며 『무조건적으로 일­북한 관계가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주장.
김낙중 대표위원도 『일­북한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이 남한의 핵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비핵화 방안에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있다』면서 이러한 걸림돌을 제거하자고 주문.
이에 대해 황의원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빠른시일내에 수교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전제,『그러나 현재 한반도내에서 군축과 통일이 진지하게 논의중이므로 한일 양국이 전후사정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토론하는게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신중론」을 피력했다.
▲아시아판 안보협력체제 구축=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측 의원들은 상당한 집착력을 보였다.
NHK 정치부기자 출신의 이케다 모토히사(지전원구)의원은 『국제사회에서는 정보유통과 신뢰관계 존속이 중요하다』며 『아시아판 안보협력체제에 대해 반대자는 많지않을 것』이라고 이토 의원의 제의를 뒷받침.
그러나 한국측 토론자들은 이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재희 의원은 『한일 관계개선은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아시아 안보협력기구 결성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분쟁지역이 많아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명.
정대철 의원 역시 유럽안보협력 회의는 ▲미소간 합의 ▲유럽국간의 이해 일치가 집단안보체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소개하고,그러나 아시아기구는 ▲취약한 기반 ▲주변강대국 대립구조의 복잡성 ▲안보 이해의 균형점 부재 때문에 지역간 경제협력 등 쉽고 지엽적인 것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논리있게 설명.
○…이날 토론회에서 한일 양국이 완벽하게 의견일치를 본 것은 과거 식민지시대의 「정신대」와 재일·사할린 교포문제.
자신을 전후세대라고 소개한 하세 유리코(장곡백합자)의원은 『정신대라는 불행한 사건을 잘알고 있다』며 『일본정부는 이 사실에 대해 불명확한 태도인데 이는 양국 신뢰관계의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한국측 토론자들도 『일본은 식민지 피해자에 지원·배상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이영희) 『정신대 문제는 민족감정이 걸린 큰문제』(남재희) 『식민지시대 일본의 역할에 대한 엄격한 자기비판이 따라야 한다』(김낙중)고 개탄했다.
결국 이날 세미나는 양측이 일­북한 수교,아시아 안보협력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긴 했으나 한일 관계 재정립을 위한 민족감정 문제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특히 일 사회당의 대한 노선변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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