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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병자의 날' 한국서 처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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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진석 추기경(中)이 교황 특사 하비에르 로사노 바라간 추기경(左), 에밀폴 체릭 대주교와 함께 ‘세계 병자의 날’개막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사진= 김태성 기자]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건강의 완성은 죽음, 바로 그리스도 안의 죽음입니다."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의장인 하비에르 로사노 바라간(74) 추기경의 말이다. 그는 교황청이 제정한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9~11일)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사로 내한했다. 5년 전 인도 대회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국내에선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교황청에서 특사를 보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바라간 추기경은 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개회사를 통해 "아무도 다른 사람을 대신해 죽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따로 죽어야 하기에 사람들은 죽음의 끔찍한 고독을 이야기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교황청에서 준비해 온 영상 자료를 일일이 펼쳐가며 '생명'과 '친교', '영원'의 의미를 되짚었다.

죽음의 순간은 바로 우주 혹은 세계와의 결합(Unite to universe)이 이루어지는 시점입니다. 그리스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합니다. 이게 '영원'의 기본 요건입니다. 이걸 충족하면 인간적인 본성, 그 경계를 초월해 영원으로 넘어서게 됩니다."

개막식 후 정진석(76) 추기경은 인간에게 죽음은 '외롭고 두려운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정 추기경은 "나와 함께 죽는 이가 없으니 외로울 수밖에 없고, 죽은 후는 미지의 세계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죽음을 앞둔 병자에게 친척이나 가족의 돌봄,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약물 치료도 필요하지만 영적인 도움도 절실하다"고 했다. 그래야만 무한하고, 동시적인 생명의 완전(The unending, simultaneous and perfect possession of life), 즉 영생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추기경은 "죽음은 외롭고 두려운 존재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이 그 외로움을, 예수님의 부활이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일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세계병자의 날'(오후 7시30분), 11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바라간 추기경 주례로 장엄미사 및 세계병자의 날 교황 담화 낭독식(오전 10시) 등이 열린다.

글=백성호 기자<vangogh@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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