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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민족 '치우천왕'도 중국인 조상으로 올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3억 중국인의 성씨 계보를 정리한 '수형도(樹型圖)'가 처음 제작됐다고 월간 '중국 국가지리' 최근호가 보도했다. 현재 사용 중인 4000여 개 성씨 가운데 중요한 것의 계보를 뿌리와 가지, 잎으로 배치한 성씨 지도다. 이는 중국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은 중화민족의 일원이라는 중국 중심적 역사관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성대수(萬姓大樹)'라는 이름의 이 수형도는 전설상 삼황오제(三皇五帝)의 한 명인 복희(伏羲)에서 중국의 성씨가 시작하는 것으로 그렸다. 중국인들이 그동안 자신들을 '염황자손(炎黃子孫)'이라고 자랑하며 직계 조상으로 섬겨온 황제(黃帝)와 염제(炎帝)에서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복희는 풍(風)씨, 염제는 강(姜)씨, 황제는 희(姬)씨로 소개됐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중화문명을 위협한 세력이라며 배척했던 동이족(東夷族) 계열의 치우(蚩憂)천왕을 염제와 동급의 중국 조상으로 배치했다. 치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때 한국 붉은 악마 응원단의 상징의 하나로 사용됐다.

복희에서 염제와 치우가 갈라진 뒤 나무의 몸통은 황제가 차지했다. 몸통에서 다시 갈라진 가지는 기(祁).요(姚).대우(大禹).자(子)씨 성을 썼다는 요(堯).순(舜).우(禹).상(商) 임금이 차지했다. 이들 가지에서 뻗어나간 작은 줄기와 잎에 중국을 대표하는 장(張).왕(王).이(李).유(劉).조(趙) 등 300여 개의 주요 성씨가 배치됐다.

이 잡지의 조사에 따르면 한때 2만3000개에 이르렀던 중국의 성씨는 최근 4000여 개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희귀 성 사용자가 차츰 줄면서 중국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뜻의 희귀성이 여전히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향을 표시하는 동서남북에 해당하는 네 가지 성이 모두 존재하고 있으며, 음식 재료인 쌀(米).간장(漿).기름(油).식초(醋).차(茶).소금(鹽)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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