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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캔버라국립대 앤드루 맥교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 핵개발 막으려면 주한 미군핵 철수해야”/경제력 뒤진 북한 핵보유 유혹
저명한 국제정치전문가로 호주 캔버라국립대학 국제관계학 과장을 맡고있는 앤드루 맥 교수는 14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방지하기 위해 남한과 미국이 미군의 남한배치 핵무기의 북한에 대한 안보위협을 인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 맥교수는 다음달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더라도 서명과 협정의무 이행은 별개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비록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에 응한다 하더라도 사찰제도의 한계때문에 북한의 의도를 넘어서는 사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맥교수의 기고문요지.
『최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만난 한미고위관리들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한반도비핵화문제를 논의했다.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미군의 남한배치 핵무기철수와 북한의 핵개발시설 폐기가 전제돼야 한다.
안보적 측면에서 북한이 핵무기개발 의사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남한에 배치된 미군핵무기에 대항하는 억지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북한은 재래식무기에 있어서도 급격히 남한측에 우위를 잃고 있다.
북한이 국민총생산(GNP)의 25%를 군사비에 쏟아붓는데 비해 남한은 5%를 국방비로 쓰면서도 절대금액면에서는 북한을 앞질러 조만간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게될 전망이다. 경제위기에 처한 북한은 더이상 남한과 재래식무기경쟁을 계속할 힘이 없다.
이런점에서 핵무기는 북한으로서 매우 저렴한 군사적 균형장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군의 남한배치핵무기철수와 북한에 대한 핵불사용보장을 핵안전협정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고집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태도를 바꿔 협정체결의사를 밝힘에 따라 협정문안이 다음달 IAEA이사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러면 북한이 그동안 고집해온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협정서명에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북한으로선 핵무기보유보다 외부세계,특히 일본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이 더욱 시급하다는게 그 대답일 것 같다.
북한은 한편으로 핵개발을 계속하면서 일본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는게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 북한관리는 협정서명과 의무이행은 「별개」일 수 있다고 말한바 있다.
최근 이라크의 사례는 IAEA핵사찰제도의 명백한 한계를 입증하고 있다. 유엔전문가들이 이라크전체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지만 이라크의 모든 핵시설을 찾아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매사에 비밀주의에 철저한 북한이 자신들의 의도를 넘어서는 핵사찰을 허용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우선 미국과 남한이 남한에 배치된 미군핵무기에 대한 북한이 안보적 우려를 가질 수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우려에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북한의 우려는 미국이 남한에 배치한 핵무기를 철수하고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재래식무기에서 북한의 우려는 남북한간 군축협상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남한이 느끼고 있는 안보적 우려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가능성에 대한 남한의 우려는 북한이 핵연료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폐기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재래식 무기와 관련,북한은 비무장지대에 집중배치된 공격적 군사력 철수,광범위한 신뢰구축조치(CBM)마련을 요구하는 남한측 주장에 응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해결방안은 위험을 수반하게된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남한측의 기습공격은 전면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남한도 핵개발에 나설 경우 한반도는 핵무기개발 경쟁장으로 변할 것이다.
최근 한미고위관리간의 호놀룰루회담이 남한배치 핵무기철수에 대한 미국의 진지한 고려를 의미하고 있다면 이 회담은 매우 고무적인 사태진전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비록 충분치는 않지만 필요한 수순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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