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연예가] 선배가 대신 꾸어 준 김지선씨 태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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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믿으십니까?' 누구나 길에서 이런 질문 한번쯤은 받아 봤으리라.

연예가에도 기(氣)는 있다. 특히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사랑받는 코너, '언저리 뉴스'의 두 앵커에겐 좋은 기류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두 사람이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이후 9시 뉴스를 긴장시킬 만큼 당대 최고의 인기 속에서 올린 개그우먼 김지선의 결혼. 얼마 전엔 남자 앵커 장웅도 천생배필과 행복한 웨딩마치를 올렸다. 그러나 그 강력한 기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 법! 언저리 뉴스에서 늘 웃기는(?) 소식만을 전해줬던 그녀가 이번엔 정말 기분 좋은 소식을 들려줬다.

"개그우먼 김지선씨가 왕성한 식욕과 절대미각을 잃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현재 그녀는 이 엄동설한에 구하기도 힘든 수박의 맛밖에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글쎄, 임신이랍니다."

지난 봄 웨딩드레스를 입고 현란한 웨이브를 보여줬던 용감한 신부, 김지선. 그녀가 드디어 여덟 달 뒤엔 더 씩씩한 엄마가 된다고 하는데…. 그녀가 최초로 공개하는 '동갑내기 부모되기'프로젝트!! 서른 줄에 반쪽을 찾은 지선 부부는 결혼 이후 곧장 2세 계획에 돌입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한달에 한번 꼬박꼬박 찾아오는 규칙적인 생리는 불청객이 되고. 결국 부부는 2004년을 기약하며 잠시 마음을 접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절친한 선배, 개그우먼 김현영의 기묘한 전화가 걸려오는데….

"너 임신했니?"

"아니…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검사했는데 아니네."

"이상하다? 어제 꿈에 네가 사과를 한아름 안고 있더라고. 이거 태몽 아니야?"

다음날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서 검사를 했는데 누가 봐도 선명한 임신 확인선! 순간 너무 기뻤던 그녀는 일단 마음의 안정을 찾고 엄마로는 선배인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한다. 혹여, 이 소식을 듣고 남편이 너무 놀라 기절하지 않을까?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감동적인 이벤트가 될까? 남편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잔뜩 기대하며 통화를 시도. 그러나 수화기 너머 남편은 기뻐하기는커녕, 버럭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거봐. 그때 당신이 검사 잘못한 것 맞잖아. 내가 뭐랬어. 아침 첫 소변에 기를 모아서 해야 한다니까. 기를. 그래야 정확하다고 얘기했잖아."

일주일 전, 급한 마음에 오후에 검사를 해버린 그녀.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반응에 그만 왈칵 울음을 쏟았다. 그들만의 칼로 물을 베기는 두어 시간 뒤, 케이크와 한아름 꽃을 안고 온 남편의 애교작전으로 끝을 맺는다.

지인이 꾸어준 태몽처럼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는 계절 6월이면 그녀는 엄마가 된다. 그리고 그때 쯤이면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달고 맛있는 수박을 눈감고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분간 그녀의 매력적인 허리춤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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