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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 자수자 현직경찰이 사전교육/서초서 이영문경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이재문씨 집서 「말 맞추기」/“박 교주 지시만 따랐다 우겨라”/유도심문 대책도 가르쳐/자수 편지까지 써줘
【대전=특별취재반】 오대양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 특수부는 9일 살해·암매장 관계자들이 (주)세모·구원파 간부들의 자수권유·압력과 함께 현직 경찰관의 지도·자문을 받으며 진술할 내용을 녹음해놓고 말을 맞추도록 반복연습하는 등 치밀한 계획아래 「자수교육」을 해온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자수모임에 참석,진술내용·진술방법 등을 지도하고 자수편지를 써준 서울 서초경찰서 정보과 이영문 경사(36)를 소환조사하는 한편 세모·구원파측이 1년 이상 오대양 관계자들을 관리하며 자수를 권유한 동기가 오대양 집단변사사건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수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자수한 김도현씨(38) 등은 지난해 초부터 서울 청담동 이재문씨(40·삼우상사 영업부장) 집에서 매주 일요일 모임을 가져왔으나 이 모임에는 처음부터 이 경사가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 경사는 모임에서 이들에게 자수후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때 조서작성때 주의사항과 수사관의 유도심문에 걸려들지 않는 진술요령 등을 자세히 교육했다는 것이다.
이 경사는 또 살해·암매장에 가담한 심해연씨(25)에겐 『남편 오민철씨(34)는 살해·암매장 가담자로 구속이 확실하지만 당신은 아기를 데리고 출두할 경우 부부를 모두 구속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교육시켰고 심씨는 이에 따라 생후 2개월된 딸을 업고 출두,불구속입건됐다.
이 경사는 또 이들에게 『암매장사건이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다 무조건 박순자씨의 지시에 따랐다고 주장하면 자수에 따른 정상이 참작돼 모두 1년 이내에 집행유예로 풀려나올 수 있다』고 법률자문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사는 이자리에서 『현직경찰관으로서 살해·암매장 사실을 알고도 신고안하는 것이 잘못인줄 알지만 여러분이 딱해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자수를 유도하고 나중에 경찰에 보낸 자수편지까지 써주었다는 것이다.
또 모임에 참석한 세모간부는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것이며 나중에 탄로나면 더 골치아프다』며 은근한 협박을 해 자수하는 분위기로 몰고 갔으며 대신 자수자 부인들의 생계는 세모측이 책임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자수키로 합의되자 이들은 자수자들간의 진술이 서로 어긋나는 것을 막기위해 진술내용을 녹음테이프에 녹음한 뒤 이를 들으며 말을 맞췄고 이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한 세모개발부장 윤병덕씨와 구원파가 발행하는 잡지 『새길』 기자인 최숙희씨(35·여)는 마찰을 빚어 금년 3월부터 모임에 안나왔다는 것이다.
한편 세모개발부장 윤씨는 자수자들이 『오대양 박순자에게 속았다』며 욕하자 오해를 풀게해준다며 금년초 박순자씨의 동생 용준씨(41·잠적중·전 미양코리아 대표)를 데리고 모임에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자리에서 『누나가 사업하면서 사채를 너무 많이 끌어들였다. 너무 나쁜 감정을 갖지말라』고 화해를 제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경사는 그동안 서초경찰서 정보1계 신원조회담당으로 근무하다 지난달말 정보2계로 전보됐으며 검찰은 이경사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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