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교수의 눈물(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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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반백 원로교수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7일 오후 3시 입시부정과 관련,임시교직원 회의가 열린 건국대 학생회관 중강당.
『…부정입학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온 국민과 건국가족에게 깊이 사과드립…』
전날 교무위원회 회의결과 작성된 대국민사과문 초안을 읽어내려가던 교무처장 김현용 교수(56)는 한가닥 교육자적 자존심마저 빼앗긴 박탈감 때문인지 더이상 사과문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김교수의 갑작스런 흐느낌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떨구었고 장내는 납덩이를 달아놓은 듯 무겁게 가라앉아 숙연했다.
잠시후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듯 김교수의 사과문은 이어졌고 회의는 한시간만에 끝났다.
1백2명이나 되는 엄청난 부정입학이 학교 최고책임자인 재단이사장과 전 총장에 의해 저질러졌고 특히 이번 사건의 발단이 내부의 투서에서 비롯된 자책감 때문에 이날 회의는 시작전부터 무거운 분위기가 압도했다.
학생들의 단골 집회장소로 이용되던 회의장은 여느 때의 함성과 구호대신 3백여 교직원의 침묵만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본인의 부덕에서 비롯됐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학교를 만들라는 시련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교수에 앞서 등단한 안용교 총장(62)은 부정입학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 뒤 교직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이경노 부총장(55)역시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역설했다.
「반성」과 「사죄」로 이어지던 이날 회의는 마침내 김교수의 「소리없는 울음」으로 이어졌다.
『이번 3월 교무처장 일을 맡은 김교수가 입시부정과 무슨 관련이 있었겠습니까.』
한 50대 교수는 사건의 장본인들 대신 김교수가 흐느껴 울어야만 했던 이유를 반문했다.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건국대 45년의 자존심과 전통을 살리는 길은 진정한 애교심뿐입니다.』<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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