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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서나 "먹자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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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피서지행락질서가 말이아니다. 시민의식은 까마득히 실종되고 나만 편하고 보자는 이기심과 무질서가 극에 달하고있다· 이때문에 전국의 해수욕장과 강·계곡등은 행락질서문란으로 「사람공해」를 이루고 있다. 곳곳이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가 하면 산림이 훼손되는등 피서지가 몸살 앓고 있어 건전 레크리에이션등 피서문화정립이 시급하다. 피서지 행락질서 실태와 문제점·대책을 살펴본다.
◇실태=지난 4일오후 강원도 명주군 연곡해수욕장 중앙통로 남쪽 송림에는 울창한 20∼30년생 소나무 사이로 30여개의 야영천막이 빼곡히 들어서고 텐트주변 소나무 가지에 매여있는 빨랫줄엔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러있었다.
많은 나뭇가지들이 꺾여나가고 둥치는 시꺼멓게 그을려 음식찌꺼기·비닐조각등 각종 오물로 더럽혀져 있었다.
강릉 경포대해수욕강 송정지구의 웬만한 빈터에는 어김없이 오토캠핑객들이 승용차를 세워둔채 취사행위를 예사로 하고 있었다.
설악산·소금강등 강원도내국립공원은 물론 곳곳의 산간계곡은 몰지각한 피서객들에 의한 자연훼손이 심각하다.
피서지의 가장 골칫거리는 쓰레기 문제. 동해안 최대해수욕장인 경포대해수욕장의 경우 이달들어 하루 3만∼5만명의 피서인파가 몰리면서 하루 쓰레기 수거량은 80∼1백t에 달하고 있다.
시는 매일 80여명의 청소원과 차량을 동원, 백사장·호수주변의 음식찌꺼기·빈깡통등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으나 배출량이 워낙 많아 적기수거가 안돼 쓰레기장마다 오물더미로 넘치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7월1일 개강이후 1천여t의 쓰레기가 버려져 백사장 전체가 쓰레기장화한 느낌.
백사장 내에서는 취사가 금지돼 있으나 취사행위는 예사로 이뤄지고 있다.
관할 해운대구청은 해수욕장 곳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해 놓았으나 피서객들의 무관심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일부 피서객들은 음식찌꺼기등을 모래속에 파묻어 놓아 이를 수거하는데는 몇배 힘이 더 드는 형편이다.
해운대구청 환경미화원 김태중씨(52)는 『음식찌꺼기등을 바로 옆에 있는 쓰레기통까지만 갖다두고 가면 되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면서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때문에 이런 일이 해마다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자연훼손·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무질서·폭력·바가지요금등 피서지의 부정적인 측면은 전국 공통으로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 것이 없다.
◇문제점=한꺼번에 많은 피서인파가 폭발적으로 몰려드는 탓에 무질서·바가지요금등이 자연발생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각 시·군은 단속반을 편성, 불법주차등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제한된 인력으로는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할수 없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유층들은 피서지에서 마치 돈쓰기 경쟁이라도 벌이듯 바가지요금을 아랑곳하지 않아 대다수 피서객들을 불쾌하게 만들기 일쑤다.
숙박료·음식값·서비스요금등 가리지 않고 날뛰는 바가지요금은 당국의 지도단속미흡과 업자의 한탕심리, 소비자의 수요경쟁이 겹쳐 빚어지고 있다.
민박료의 경우 영동지방 8개 시·군의 인정가격은 2인1실에 하루 8천원선. 그러나 성수기인 요즘 방값은 5∼7명에 2만5천∼3만원씩 받는 이른바 「방떼기」가 성행하고 있다.
경포대해수욕장 주변에는 시에서 지정한 민박이 2백50여가구 있으나 6월하순께엔 서울등 외지와 지방의 전문꾼들이 미리. 전세를 얻은후 프리미엄을 얹어 몇차례씩 전매, 현지 주민들이 직접운영하는 것은 드물다. 전매가 많을수록 투자액은 늘어나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려면 바가지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 숙박난속에 피서객들의 방얻기 경쟁이 겹쳐 바가지요금을 부채질하고 있다.
4일 경포대에 가족5명과함께 피서온 염철철씨(47·서울잠실2동)는 『2만5천원에 방값을 흥정하는데 다른 사람이 3만원을 제시, 결국 경쟁끝에 3만원을 내고 방을 얻었다』며 『오히려 소비자가 바가지를 조장하는 꼴』이라고 했다.
◇대책=입장료 징수로 인파조절이 가능한 국립공원의 경우 수용한계에 맞는 정원제 시행이 절실하다. 숙박시설을 비롯한 수용한계를 넘어선 인파가 몰리면 수요·공급의 균형이 깨져 바가지등 갖가지 부작용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 소금강지구의 경우 청학동관광촌의 여관·여인숙·민박가옥과 야영장을 포함한 수용능력은 7천∼8천명선.
이에비해 성수기엔 3만명이상이 몰려 계곡 빈터마다 야영객들로 꽉차 수목훼손은 물론 계곡이 오물로 덮이고 있다.
이와함께 행락무질서에 대한 단속강화와 청소관리의 개선도 시급하다.
강원도는 지난해부터 비지정관광지 운영제를 실시, 입장료를 받는 국립공원과 해수욕장외에 행락인파가 많이 몰리는 44개 산간계곡에서 청소비수수료(대인 3백원·소인 2백원)를 징수하고 있으나 지난해 시·군의 쓰레기처리장·안내소등 시설투자가 1억3천만원이 든데 비해 징수액은 8천만원에 그쳐 손실을 보고 있다.
도는 올해 비지정관광지를 1백1개소로 늘리고 수수료도 대인4백원·소인3백원으로 올렸지만 인파수 증가를 감안할때 오물청소비 재원조달은 자체충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 최모씨(58·명주군연곡면삼산2리)는 『급증하는 행락오물처리로 가뜩이나 어려운 군재정이 더욱 쪼들리고 시골주민들은 위화감마저 느끼고 있다』며 『외지행락객들을 위해 지역주민이 희생돼야 하겠느냐』고 불평했다.
피서지 무질서가 근절되기 위해선 공중도덕심과 건전한 시민의식등 사회 전반적인 풍토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각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질서교육과 공중도덕심 함양이 선행되고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시민정신 고양 캠페인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환 부산시장은 『시민들의 행락질서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라며 『지속적인·새생활·새질서운동등 정신계몽운동을 벌여 시민의식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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