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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재정난 접근방식의 잘못(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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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국대 입시부정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기부금 입학제 논의가 교육부의 「신중검토」를 계기로 활발해지고 있음을 우선 의아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입시부정은 재단과 총장단이 무려 5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저지른 유례없는 사학비리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발본적 대책제시없이 또 다른 부정의 소지를 지닐 기부금 입학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본말을 뒤집은 접근방식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입시부정의 근본원인은 사학의 재정난에 있으니 재정난을 해결할 기부금 입학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이 발상은 마치 도적을 앞에 두고 부의 분배가 잘못된 사회구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논리의 비약과 다를 바가 없다.
또 입시부정사건에 연이어 기부금 입학제를 논의하자는 것은 건국대사건이 어쩔 수 없는 재정난을 메우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으니 눈감아 주자는 저의로도 볼 수 있다.
입시부정은 범죄이고 사학의 재정난은 교육정책의 문제다. 범죄와 정책을 혼동함으로써 오히려 사학발전에 기여할 여러 정책들이 범죄시될 판이다.
사학이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헌만큼 응분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립대 재정이 몇해에 걸쳐 어려움을 겪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부금 입학제의 찬반논의를 떠나서 입시부정과 연계해 재정난 해소책을 거론함이 시기를 잘못 택했고 접근방식이 정당하지 못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립대 재정난 해소책은 근본적으로 세가지 접근방식이 가능하다. 첫째는 운영의 주체인 재단이 학교를 위해 얼마만큼 기여할 것인가를 확실히 해야 한다. 재단의 평균 기여도가 14.5%선인 지금 얼마만큼 더 올릴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가 수혜자원칙에 따라 학생의 등록금을 얼마만큼 인상할 것인가에 합의를 봐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등록금투쟁에 겁을 먹고 모자라는 부분을 뒷거래로,또는 정부에 손벌리는 자세를 취하는게 오늘의 대학이다.
그다음,대학교육의 장기적 수혜자는 결국 국가이고 정부다. 인재 양성이 국가와 국민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사학에 대한 정부지원이 당위적으로 있어야 한다. 다만 초·중등 교육투자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도에서 사학투자를 늘려가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재단의 기여도,등록금의 인상,그리고 정부의 보조가 얼마만큼 이뤄질 수 있느냐를 따져본 다음,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보조금이나 기부금,또는 기타 기여입학제가 공론으로 거론되고 토의되는게 이치이고 순서일 것이다.
사학재정난 해소를 위한 구체적 공동연구없이 입시부정,곧 사학 재정난,그리고 기부금 입학제로 이어지는 사태해결 접근방식은 사태를 해결하기 보다는 더 꼬여지게 하는데 일조를 할 뿐임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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