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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노인 실명 '눈이 번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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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노인 실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황반변성. 이를 초기에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약이 등장했지만 가격이 비싸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다.

황반변성이란 망막 중심(황반부)의 아래층을 구성하는 맥락막에 쓸모없는 신생 혈관이 계속 만들어지는 질환. 이들 혈관은 매우 약해 쉽게 터지고, 이곳에서 혈액과 삼출액이 쏟아지면서 부종을 일으킨다. 시간이 흐르면 이 부위에 흉터가 생기면서 실명으로 이어진다.

황반변성은 응급 질환이다. 신촌세브란스 안과 권오웅 교수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산에 불이 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방치하면 산이 흉물스럽게 변하듯 망막에 흉터가 남아 재생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를 치료하는 약은 스위스 노바티스사와 제넨테크사가 공동 개발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을 통과하고, 최근엔 유럽연합(EU)의 승인까지 받았다. 이 약은 신생혈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VEGF-A와 결합해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 약의 장점은 시력 개선 효과까지 있다는 것. 종래 X선 또는 레이저 치료는 질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그쳤다.

문제는 이 약이 국내에는 정식 허가되지 않아 환자들이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200만원이나 하는 1회 주사제를 최소 1년간 7~8회 접종 받아야 한다. 노인들이 부담하기엔 버거운 액수라는 것이다.

황반변성은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급격히 늘어나는 질환이다. 70대 이상 노인의 40~50%에서 황반변성이 진행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가지 유형 중 실명과 관계된 '습성 황반변성'이 10% 정도라는 것이다. 루센티스는 바로 실명과 관련된 습성 황반변성에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시야 중심에 검은 암점이나 상이 일그러져 보이면 서둘러 전문의의 진단.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 교수는 "황반변성은 노인과 가족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정부와 제약사가 머리를 맞대고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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