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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는 기서종교 부패때 싹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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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교는 왜 현대의 문명사회에서도 존재하는가. 정통의 종교가 비대화되고 부패하여 물신주의에 몰입되고 진정한 구원과 메시아적 예언에의 기대가 상실될 때 고통으로부터의 해방과 내세에 대한 구원의 메시아로 둔감한 사교가 등장하게 된다.
사교는 그 자체의 철학성이나 사상이 취약할 수밖에 없어 기존 종교사상의 일부 또는 복합적 요소들로 구성되어 독특한 의식을 창안해 그들의 교리에 순종하며 교주의 권위에 절대 복종하도록 강요한다.
19세기의 지적 공황기에 인류 사회는 산업혁명으로 세계질서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었고 자본주의의 발달과 약육강식의 국제정치가 세계지배체제를 분할 재편하게 되었다.
자본가들의 횡포속에 착취당할 수밖에 없었던 산업노동자들에게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유토피아적 공산사회건설을 위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깃발은 그들에게 새로운 구원과 메시아적 복음으로 전파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사회」가 건설될 때까지 이를 위한 투쟁과 희생은 불가피한 과정으로 인식되었고 사회주의·공산주의사상을 창안한 사상가와 혁명의 지도자는 당연히 떠받들리는 우상이었다. 마치 사교집단의 교주처럼 절대권력과 오류가 없는 신적 존재로 군림하게 되었던 것이다.
반대자와 비판자들을 피의 숙청으로 희생시키는 행태에서 오류가 있을 수 없는 신(교주)에 대한 거역을 응징하는 사교집단의 행태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사교는 기존 종교의 타락에서 인간구원의 절망속에 잉태하였고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인간이 비인간화돼 가는 소외의 그늘에서 발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교집단의 생명이 길지 않듯이 공산주의의 이상과 실천이론은 1세기를 넘기지 못했다. 사교나 공산주의 체제가 인간성을 파괴하고 인간의 삶을 허구적 교리와 사상에 종속시켰기 때문이다.
지금 그 한계치에 도달한 상황들을 사회주의·공산주의를 거대한 우상으로 섬겨오던 동구공산권의 붕괴에서 우리는 보고 있다.
오대양 사건을 보면서 기성 종교의 교단과 종교인들의 진솔한 자기성찰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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