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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토론] TV 수신료 갈등 해법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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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참석자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이명구 KBS 정책기획센터장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신혜식 KBS시청거부운동본부 사무총장·독립신문 대표

사회= 홍은희 논설위원

"TV 수신료를 전기료에 붙여 징수하는 건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다." "한나라당이 대안 없이 공영방송 흔들기를 하고 있다." 수신료 징수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KBS의 갈등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도 가세해 수신료 징수 여파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수신료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회=27일 예정된 문광위의 방송법 개정안 의결 전망은.

▶고=(특검법 파동으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어) 현 분위기로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소멸되는 건 아니다. 이번 회기가 안되면 내년 2월에 기회가 또 있다. KBS로선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도와준 셈이다. 게다가 12월 31일까지 한전과 재계약을 해야 한다. 계약 기간이 3년이니 '손 안대고 코푼 셈'이다.

▶사회=본론으로 가 용어부터 정리하자. 'KBS 수신료'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수신료인가 시청료인가.

▶이=수신료는 방송법에 근거해 TV를 소지한 자가 대가적 관계없이 부담하는 특별부담금이다. 반면 시청료는 개인적 필요에 의해 유료방송 등을 시청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사용료다. 수신료 제도는 공영방송을 유지하는 방안 중 가장 효율적인 재원조달 수단이다.

▶고=수신료 징수 자체는 몰라도 전기료와 병과하는 부분은 KBS와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한 것이어서 국회와는 관계가 없다.

▶신=성격은 시청료에 가깝다고 본다. 그 한 예로 난시청 지역은 돈을 내지 않는다. KBS가 진정한 공영의 길로 간다면 선진국처럼 시청료를 더 많이 낼 수 있을 것이다.

▶최=공영방송에 있어 공영성을 유지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들면 돈을 내고 그렇지 않으면 안내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공영방송을 제도적으로 유지하는 문제와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춰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사회=수신료를 전기료에 붙여 부과하는 것은 타당한가.

▶이=수신료 징수 방법을 결정하는 데 고려할 조건은 징수의 효율성과 징수 비용, 납부의 편의성 등이다. 1994년 이전에는 징수 비용만 수신료의 30%를 넘었다. 현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분리 징수해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몰라도 대안 없이 밀어붙이는 건 곤란하다.

▶고=징수율이 떨어질 거라는 건 인정하지만 집집 방문이 많았던 94년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KBS는 시청자를 고객으로 생각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 보고 싶은 방송이 되면 자발적으로 돈을 낼 것이다.

▶최=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수신료를 내야 한다면 가급적 공평과세를 하는 게 수신료를 낮추는 길이다. 통합고지로 징수율이 높아져 그간 2천5백원에 수신료가 묶일 수 있지 않았나. 분리 징수가 돼도 어떤 형식으로든 돈을 부담해야 하고 그 금액은 올라갈 것이다.

▶고=통합 징수 당시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 1TV 광고를 내리고 난시청을 해결하며 공영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 폐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개는 10년 사이 오히려 악화됐다. 난시청 지역 주민들은 케이블TV 등을 보면서 수신료도 내는 이중부담을 지고, 시사.교양 프로들은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케이블에 내는 돈은 유료방송 시청료다. KBS를 보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신=KBS 안본다고 설명해도 전기료만 따로 받지 않는다. 수신료를 안낸다고 전기를 끊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그런 적 없다.

▶사회=프로의 공정성 문제가 수신료 문제와 결부되는 것 같다.

▶이=근거를 가지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KBS는 이번 가을 개편에서 2TV의 주말 버라이어티 쇼를 정리하는 등 공영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인물현대사'같은 경우 다양한 영역의 인물을 다루고 있는데도 초기의 오해가 계속되는 것 같다. KBS는 EBS를 지원하고 재해방송.외국어방송 등 타방송사가 하기 힘든 공익적 사업도 한다. 2TV의 광고 비율을 떨어뜨리려면 수신료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오히려 분리 징수를 논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신=시청료 거부 운동의 구호가 예나 지금이나 '편파 방송 중단하라'다. 지금도 KBS 라디오는 오마이뉴스 등 (이념이 같은)특정 매체 종사자들만 출연시킨다.

▶최=논란이 되고 있는 개혁 프로는 전체 방송시간의 3% 남짓이다. 한두 프로가 문제된다고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다시 수신료 문제로 돌아가자. 분리 징수시 돈이 적게 걷힐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KBS의 경영은 어떠했다고 보나.

▶고=국회는 지난 7월 KBS 결산안을 부결시켰다. 예비비를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 방만 경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이=본회의에서 뒤집히는 바람에 진전이 안된 것이다. 물론 경영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 9백7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과감한 아웃소싱, 계열사 매각.합병 등의 조치를 취했다. 현재도 인사제도 개선 등 다양한 조치가 진행 중이다.

▶최=몸체를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신=지금은 상당부분 안주하고 있고 방만한 부분이 많다. 분리 징수를 통해 시청자의 선택을 받게 되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이다.

▶사회=KBS 직원의 자발적인 임금삭감 등으로 경영 효율화를 할 각오는?

▶이=….

▶고=수신료 분리 징수는 KBS 직원들의 긴장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프로가 나가느냐에 따라 징수율이 달라질 것이다. BBC나 NHK에서 높은 징수율이 나오는 건 시청자들이 공익을 위해 당연히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자발적 의식 때문이다. 송두율 건만 놓고 보더라도 사장이 국감장에서 사과까지 했는데 KBS에선 내부제재 등 후속조치가 없다. 이것이 과연 시청자와 국민을 위한 방송인가.

▶최=KBS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 특정 프로가 문제된다면 프로 폐지 운동을 벌이면 된다. 곧바로 분리 징수로 연결시키는 건 위험 요소가 많다. 재원 조달을 위해 KBS는 수신료를 올리고 1TV 광고도 재개할 것이다. 시청자에게 부메랑이 날아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KBS가 현실론을 들어 광고를 재개할 경우 국회에서 제어할 의지와 방법이 있나.

▶고=많은 방법이 있다. 사장 임명 동의권은 물론 예산 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는 식이다. 지금 KBS는 자기 이사회에서 예산심의를 받는다. 이상한 일이다.

▶이=그건 이사회의 성격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방송위원회에서 뽑은 이사들이다. 독립된 의결기구다.

▶사회=마무리를 해야겠다. 공영방송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권력과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시민들의 권익을 지키는 공영방송의 본분을 지켜 나가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원의 안정적 조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고=국민을 자꾸 교화하려고 하면 안 된다. 권력 생각은 그만 하라.

정리=이상복 기자<jizh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