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징용한국인 한 서린 일제요새|「마쓰시로 지하대본영」국내 첫 전시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마쓰시로 지하대본영일. 일제가 2차대전말기인 44년 11월 그들이 말하는 본토대결 전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의 나가노현 마쓰시로 읍 일대에 구축하기 시작한 대규모 지하요새다. 전쟁이 끝남과 함께 일본인들이 감추고 축소시키려 한 이 지하요새는 강제노역을 위해 끌려간 한국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어린 일제강제 징용사의 가장 비극적인 현장이다. 이 마쓰시로 지하대본영의 참상을 사진·자료·유품 등으로 보여주는 전시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6일부터 l8일까지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4층 이벤트 홀에서 열린다.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 호 조사위원회」회장 박창희·외국어대교수)가 개최하는「마쓰시로 대본영전」은 그간 단편적으로 알려져 왔던 일제의 만행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징용한국인들이 곡괭이 등 장비로 오직 피땀으로 뚫어내야 했던 지하 호 내와 정신대로 끌려가 공사장 옆에서 위안부로 몸을 망쳐야 했던 여인들이 있었던 건물, 일왕이 거처하게 만든 지하거실의 호화로운 모습, 주변관련시설 등을 담은 사진 1백여 점, 발굴유품60여점, 기타 징용관련사진·자료 등 2백여 점이 전시된다. 또 자료사진으로 일왕이 동경의대 본영에서 차를 타고 나오는 장면, 정신대사진 등도 준비됐다. 이번 행사는 마쓰시로 대본영이 위치한 일본 장야 현 지역신문인 시나노마이니치 신문의 자료제공과 중앙일보사후원·(주)한양유통협찬으로 이루어졌다.
마쓰시로 지하요새 공사에는 당시 한국인 징용노동자 7천여 명이 강제 동원되었다.
그리고 오직 힘에만 의존하는 공사 때문에 1천여 명이 공사도중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시로 대본영은 최후 결전을 다짐한 전쟁지도부인 일왕과 군 지휘부·주요정부기관 등 이 한꺼번에 옮겨가기 위해 만들어져 규모가 방대하며, 지형 역시 단단한 암반구조였기에 희생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도쿄 북서쪽 나가노현일대 3개 야산(상산·무학산·개신산)지하에 총 연장 l3km로 건설된 지하 호는 높이 3m·폭 3m 크기로 45년 8월15일까지 80%의 공정 이 완료됐었다.
당시 강제 징용된 한국인은 한국과 일본 각지에서 끌어 모은 노무자와 여성위안부들로서 남자노무자는 지하 호 발파작업현장에, 여성위안부는 공사장부근 식당과 일본인감독관 숙소 등에서 임했다.
당시의 참상은 지난3월 일본 현지에서 한 맺힌 삶을 마친 최후의 한인생존자 최태소씨(당시 69세)의 생전 증언으로 남아 있다.
최씨는 몇 명이 끌려와 몇 명이 죽어 나갔는지 모르지만「1천명이 숨졌다」는 발표를 믿지 못해 했었다.
당시 일본인 감독관들은 한인 노무자들을「무시키라」(좀 벌레)라고 불렀다고 한다. 벌레처럼 쉴새없이 바위산지하를 파고 들어갔으며 휴식이나 대화는 허용되지 않았다. 4∼5명이 한 조가 돼 끝없이 지하 호를 파 들어가야 했다.
질 나쁜 폭약이 잘못 터지면 노무자 몇 사람씩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하루 12시간 근무 원칙은 공사진척을 위해 무시되기 일쑤였으며 하루 20시간씩 중노동을 마치고 나와도 허기를 메울 식량이 부족했다고 전해진다.
최씨는『그저 죽지 않기 위해, 죽은 것과 다름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같은 참상을 은폐하기 위해 패전직후 관련자료를 대부분 없앴으며, 마쓰시로 대본영 지하 호 갱도입구도 대부분 폐쇄했었다. 이후 마쓰시로의 존재는 45년 10월 일반에 처음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재 발굴 돼 역사유물로 보존되고 있다. 3개 야산중 상산은 일반에 완전 공개되고 있으며 무학산은「일왕의 거처」라는 이유로 일부만 공개되고 개신 산은 붕괴위험이 있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주최측인 조사연구회는 6일 전시에 앞서 5일 오후 전시장에서 일본 마쓰시로 지역 시노노이 아사히 고등학교 학생 2명과 교사1명, 우리나라의 건국대사대부고 학생 2명과 교사 1명 등 이 참가하는 토론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일본 현지언론들로부터도 상당한 관심을 끌어 시나노마이니치 신문뿐만 아니라 NHK-TV·TV 아사히·후지 TV등에서 보도진을 보내 온다.
광복 46년만에 열리는 마쓰시로 전은 역사를 확인하는 한 장이 된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