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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 봐주기' 유로랜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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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994년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10년 간 쌓아올린 '하나의 유럽'작업이 위기에 처했다.

EU 각료이사회는 25일(현지시간) 재정적자 목표치를 지키지 못해 재정건전화 협약을 어긴 독일과 프랑스에 대해 제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협약은 EU 회원국들이 동일 화폐권 내에서 안정과 성장을 같이 지켜내기 위해 약속한 것이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가 넘을 경우 해당 국가에 벌금 등 제재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U 내 양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도 적자 상한선을 어길 것으로 예상돼 회원국 간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6일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의 단일화폐를 떠받치고 있는 협약을 내동댕이쳐 버렸으며, 이 때문에 회원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도 협약뿐 아니라 이를 관리.감독하는 유럽집행위원회(EC)의 법적 권위까지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EC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맡고 있는 대표기관이다.

EU는 내년 5월 동유럽 10개국을 새 회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제재를 주장해온 페드로 솔베스 EC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결정이 협약의 규정과 정신에 어긋날 뿐더러 법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비난하며 유럽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시사했다.

지난 24일 밤부터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모인 이번 회의에서 스페인.오스트리아.핀란드.네덜란드가 끝까지 제재를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프랑스와 독일이 2005년까지 예산삭감 등을 통해 재정적자를 규정 수준으로 내리는 조건을 붙여 제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그동안 회원국들이 경기침체에 시달려온 양국의 특수상황을 존중해 주지 않는다면 '프랑스-독일 연합'을 설립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한편 AWSJ는 이번 결정이 경제적 측면에선 잘된 일이라고 전했다. 유럽은 지금 활력을 찾기 위해서보다 느슨한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며 일률적인 수치가 강요된 건전화 협약은 비논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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