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분쇄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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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한 미군 3만7천명을 포함한 전세계 25만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5일 "미 의회 및 동맹국들과 미군 재배치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몇개월 이내에 동맹국들과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당장 다음달부터 협상을 시작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 중 해외주둔 미군 일부의 감축 및 재배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둔 미군을 포함해 미군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0년대 중반부터 제기됐었다. 소련 및 동구권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해체됐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미군을 주둔시켜 방어벽을 쌓는 식의 전략은 효용가치를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걸프전 이후 확인된 미군의 가공할 만한 첨단 전투력도 이같은 변화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고 2001년 9.11테러를 겪은 이후다. 불과 20여명의 테러범이 비행기를 납치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를 공격한 9.11테러는 러시아나 중국 같은 기존의 강대국이 아니라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조그마한 이슬람국가들이야말로 미국에 더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 이후 부시 행정부의 모든 군사전략은 이슬람국가들에 대한 경계와 이슬람 테러조직의 분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국이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군사동맹체제를 바꿔나가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구권의 위협이 사라진 마당에 독일에 수만명의 미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적으로 중동과 좀 더 가까운 동유럽쪽에 미군을 주둔시켜 유사시에는 곧바로 병력을 투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계산이다.

아시아에서는 6.25전쟁 이후 50년 간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이 소련과 중국의 남진정책을 막는 교두보였다. 하지만 9.11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은 동남아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서의 회교 반군활동을 막아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동남아에서 가깝고 미국령인 괌의 군사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한 미군이나 주일 미군의 일부가 괌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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