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찾사 대중속 뿌리내리기 화음-8월6일부터 25일까지 소극장 「학전」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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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8월6일부터 25일까지 소극장학전에서 펼치는 정기공연에 음악팬들의 관심이 높다.
이번 「노찾사」의 공연은 「노찾사」가 대중 속에 더 뿌리깊게 자리잡을 수 있을 지를 가늠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산발적인 대학이나 노동현장에서의 공연과는 달리 이번 무대는 「노찾사」가 일반가요처럼 대중들에게 일상적 차원에서 뿌리박을 수 있도록 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노찾사」는 이 같은 기획의도아래 「운동권가요」라는 배타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이번 공연에서 기성대중가수들의 참여도 모색하고있다.
이 공연에서 서유석·한돌·정태춘 등 70년대부터 통기타음악을 주도한 가수들과 그룹「동물원」의 전보컬리스트 김광석, 임준철, 「노래마을」등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우정 출연한다.
또 대규모 공연장에서의 강렬하고 집단적인 공연형식에서 벗어나 작은 공간에서 관객들과 대화하는 분위기로 일상적 차원에서 노래부르는 것이 이번 무대의 특징이다.
이와 함께 여름방학의 청소년 문학을 주도하기 위해 의식있는 노래들보다는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성공한 『솔아 솔아…』 『광야에서』 『제발 제발』 『사계』 등과 김민기의 『작은 연못』등을 중심 레퍼터리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공연 타이틀도 「저 푸른 내일을 향해」로 달고있다.
음악으로 친밀하게 다가가는 것에 더해 슬라이드 영상·효과음향 등 극적인 요소를 도입, 보는 재미를 강조하고 공연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맺어주는 시도도 선보인다.
이번 「노찾사」의 공연 성공 여부에 따라 소극장 규모에서 이른바 운동권, 또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지속적으로 대중적 기반을 갖게 될 것인지도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노찾사」의 존재는 우리 대중음악에 여러모로 문제 제기적이다.
진솔한 삶의 노래를 주장하는 「노찾사」는 84년 대학가에서 널리 불리던 『갈 수 없는 고향』등 첫 음반을 내고 87년 대학로에서 소규모 공연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미한 노래 운동 그룹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젠 어엿하게 대중음악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가 담긴 2집을 출반한 89년 이후로는 「노찾사」가 상업적으로도 성공해 지금까지 50만장 가량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자극 받은 유사한 성격의 노래운동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상업가요와는 다른 이른바 운동권 음악은 점차 다양해지고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기성 음악들과 다른 「노찾사」의 신선함은 대중가요·연예 비즈니스와는 동떨어진 성격으로 대중들에까지 접근했다는 점이다.
「노찾사」는 대학생·주부·직장인 등 익명의 아마추어들이 모여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어 「스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연예계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파고들지 못한 대중음악계에 「일관된 음악적 지향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이뤄냈다.
대중들이 예상 밖으로 「노찾사」류의 음악에 호응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 가요가 크게 결핍된 점들을 드러내준다.
「노찾사」의 서정적이고 일상적인 노랫말들은 「사랑, 이별, 정」등 동어 반복적인 기성가요들에 강력하게 도전하며 호소력을 발휘했다.
서민들과 젊은이들의 합창처럼 들리는 「노찾사」의 노래들은 구미 음악에 찌든 팝발라드와 록음악이나 일본 엔카와 다를 게 없다는 트롯곡들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고유의 것에 뿌리를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음악적 기교가 다소 거칠고 자극적인 내용이 적은 잔잔한 음악들이 인기와 상업성에만 연연하는 가요들에 비해 오히려 정겹게 다가오는 것이다.
「노찾사」는 또 TV·라디오의 화려한 쇼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음악들이 대중가요의 전부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거의 모든 대중음악을 방송을 통해 접하고 있는 일반인들은 「노찾사」의 음악을 보고 듣기 위해 안방에 앉아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되고 음반을 사러 나가거나 공연장을 찾아가야 했다. 「노찾사」의 공연에 2천∼3천명의 관객들이 모이고 많은 음반 판매고를 올리는 것은 방송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음악들이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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