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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미국(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요나라,미국』­.
미국의 한 유력한 시사주간지가 요즘 이런 제목으로 특집을 냈다. 「사요나라」는 『잘가라』는 일본의 인사말이다.
오는 2000년까지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엔화 경제권」을 형성하면 미국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패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뉴스위크지는 자존심을 생각해서인지 직설법은 피하고 『만약… 이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하긴 했다. 그러나 일본경제가 미국을 압도하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다. 아마 2000년대가 되면 이제까지 미국과 일본의 대결을 지켜보던 레퍼리가 『원,투,스리…』의 카운트에서 드디어 『…텐』을 선언한다는 뜻인가.
경제에 관한한 일본에 대한 미국의 감정은 벌써 지난 80년대부터 싹터왔다. 미국의 비즈니스 위크지는 언젠가 『역습』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사람이 일본칼(도)을 치켜들고 미국사람을 내려치는 시늉을 그린 만화를 실은 적이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지도 『미국은 일본의 곡창,호주는 일본의 광산,유럽은 일본의 가게』라고 빈정대는 기사를 썼다.
물론 한 나라의 국력은 그리 간단히 비교될 수는 없다. 학자들은 적어도 10여가지의 기준을 든다. 국토의 면적,경지면적,삼림면적,영해면적,인구,15세 이하 인구비율,노동력,GNP,설비투자비율,무역량,대외의존도,희귀금속의 생산량,식량자급률,외채,국방비,원자로의 수 등이 그것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미국과 일본은 어느 쪽이 진짜 승자인지 얼른 담판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으로는 89년 집계로 미국이 5조1천7백만달러,일본은 2조8천2백만달러,미국쪽이 한참 앞서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경제학교수 어빙 크라비스 등이 개발한 화폐의 실제구매력 비교에서도 일본은 미국의 75%(87년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유엔의 민간보고서(90년)에 나타난 인간개발지수(평균수명,문자해득률,실제 국민소득 등을 종합)로는 일본이 단연 1위,미국은 17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국력의 전부는 아니다.
문제는 국력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경제의 소프트면,가령 설비투자나 국내저축,노동의 질,기업가 정신에서 어느 쪽이 앞서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이 걱정할 일은 바로 그점이다. 하긴 그것은 우리경제의 걱정거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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