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음대 입시전문학원 탄생-구리시에 「비사문 음악예비학교」 8월에 문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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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음대 지망생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입시전문 기숙학원이 문을 연다.
올해 초 음대입시 부정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듯 교수와 학생 사이의 뒷거래가 판치는 것으로 알려진 음대입시의 어두운 문을 「실력」으로 돌파하겠다는 각오여서 더욱 관심을 모으는 이 특수학원은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에 세워진 「비사문 음악예비학교」.
생활지도상의 문제점을 감안, 재수생 중 여학생만 대상으로 오는 8월10일까지 첫 수강생(정원 50명)을 모집해 8월16일 개강하는데 입시생전원을 자체 기숙사에 입주시키고 음악대학 강사 등이 음악 실기를 지도하고 학력고사 전과목을 강의한다.
피아노·관현악·국악·작곡 등 전공분야는 방음장치가 된 32개의 개인 연습실에서 실기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하는 외에 2∼3주에 한번씩 실제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마련해 남들이 보는 앞에서도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훈련을 쌓도록 할 방침. 토요일에는 음악이론을 집중적으로 강의하고 학력고사 과목 중에서도 특별히 부진한 일부 주요과목은 특감을 통해 별도 지도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한 장본인은 29세의 동갑내기 박대원·길정희씨 부부. 중앙대 음대 관현악과에서 오보에를 전공한 부인 길씨는 80년대 초 이미 혼탁했던 음대입시 풍토 때문에 처음 지망했던 대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음대 재수생으로서의 쓰라린 경험이 이같은 교육프로그램을 꼭 만들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고 밝혔다.
「돈이 많아야 어엿한 음대생이 될 수 있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실력으로 승부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 것. 「불행하면서도 다행스럽게」 올해 초 음대입시 부정사건이 드러나 적어도 92년도 예능계 실기고사에서는 종전처럼 공공연한 부정거래가 어려울 것이니 만큼 도전해 볼만한 한판승부라고 길씨는 자신한다.
그는 또 『몇년 전부터 이같은 계획을 얘기하면 많은 음악인들이 꼭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면서도 막상 함께 해보자고 나서면 뒷걸음질치던 것을 보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라면서 『어쨌든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지금이 바로 시작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길씨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재수생 중에서도 음대지망생의 경우는 어려움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소속감과 구속력이 없어 혼자 꾸준히 실기연습하기가 너무 힘든데다 입시부정과 관련된 소문이 워낙 무성해 더욱 갈팡질팡하기 십상이라는 것.
더구나 인문계나 자연계재수생들과 나란히 견주기 어려운 학력고사 실력 때문에 일반학원에서도 소외감과 좌절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목표와 처지가 서로 비슷한 음대재수생들끼리 연중 계속되는 음악캠프 같은 생활을 통해 서로 격려와 자극을 나누며 험난한 음대 입시관문을 뚫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기존 입시전문 기숙학원의 장점·특성을 바탕으로 음악실기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연습실과 음악감상실 등의 별도시설과 전공분야별 실기지도 강사까지 더 있어야 하므로 이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투자는 더욱 커야 하는 실정.
그러나 일반 기숙학원처럼 월60만원의 수강료만 받고도 수시로 유명 연주자의 초청공개레슨을 곁들이는 등 상당한 서비스체제를 갖출 수 있는 것은 특수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관계전문가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원장 박씨는 말한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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