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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마다 위원장이 셋" 한나라 줄서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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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리곤 하는 영남, 그들이 바라보는 대선 정국은 어떤 것일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대구와 부산을 찾을 때 동행한 기자가 이 지역 바닥정서를 취재했다. 관심사는 단연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였다. 하지만 영남의 진보 그룹과 친노인사들은 올 대선에서 '또 한번의 역전극'을 꿈꾸고 있었다. 꿈의 중심엔 '영남 후보론'이 있다.

◆'이명박이냐, 박근혜냐' 줄 서기=영남 지역 한나라당 사람들 사이에선 "○○는 이명박, ○○는 박근혜한테 줄섰다"는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3일 부산에서 만난 한나라당 관계자는 "여기선 '한나라당은 지역구마다 위원장이 3명이다'란 얘기가 나온다"며 "한 사람은 중립을 표방한 현역 의원, 다른 두 사람은 각각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에게 줄을 선 원외 인사들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내놓고 자기 성향을 드러내기 어려운 의원들에 비해 원외 인사들은 2008년 4월에 있을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목표로 조직 전쟁,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역 내 종교.직능.교수 모임을 만들어 놓고 자기가 지지하는 주자에게 특강을 요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과시를 하고 있다. 물밑 싸움이 치열한 만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세력 간 감정 싸움이 악화되고 있다.

대구의 한나라당 관계자는 "경쟁이야 좋지만 이렇게 싸우다간 두 사람이 따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경쟁도 전국적 양상과는 다른 분위기다. 2일 대구에서 만난 한 시민은 "다른 지역에선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많이 앞서는 모양인데 여긴 누가 앞섰다고 얘기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누가 누굴 지지하나=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영남권 국회의원 68명 중 30여명이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파악된 사람은 안경률.박승환.박형준.이성권.이재웅(이상 부산), 안택수.주호영(이상 대구), 윤두환(울산), 이상득.김광원.이병석.정종복(이상 경북), 이방호.김재경(이상 경남) 의원 등이다. 박 전 대표 지지자는 김무성.서병수.허태열.김정훈.유기준(이상 부산), 박종근.곽성문.유승민.주성영(대구), 정갑윤(울산), 이상배.김재원.김태환.정희수.최경환(이상 경북), 김기춘.김학송(이상 경남) 의원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남 후보 기대론"=2일 오후 8시 열린우리당 해운대-기장갑 지역 당원대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

협의회장에 선출된 노 대통령 측근인 최인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금 당이 좀 삐걱거리더라도 대선 직전엔 힘을 합쳐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고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부산시당은 18개 지역구 중 2~3개를 빼고 전원 친노파 인사들이 협의회장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중앙당과는 달리 친노파가 여당 조직을 장악하고 있었다. 노사모 회원으로 학원을 운영하는 고재학(43)씨는 "단물 다 빨아먹고 당이 어려워지니 탈당하는 여당 의원들은 결국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영남권 인사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막판 역전론을 꿈꾼다.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마지막에 호남 지역은 전략적으로 여권에 표를 던질 것"이라며 "여당도 영남후보를 내서 한나라당 표를 깎아먹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영남 후보론'은 적어도 부산.경남에선 힘을 받아간다는 게 이곳 여권 인사들의 얘기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혁규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부산지역 신문사 기자인 박모(40)씨는 "김혁규 의원이 매주 부산과 경남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지역 다지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출신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부겸 의원, 이수성 전 총리도 범여권 지지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이다.

대구.부산=이가영 기자,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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