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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안풀리는 신민 내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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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경·온건 두목소리 갈등/주류/제명 강행땐 탈당도 불사/정발연
「13대 공천비리발언」으로 촉발된 신민당의 내홍이 주류측과 정발연간의 첨예한 대립상태로 치달렸으나 27일을 고비로 외형상 다소 진정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신민당이 25,26일 이틀간 잇따라 최고위원회의,의원총회를 열어 정발연회원인 조윤형 국회부의장·이형배의원을 당기위에 회부하는 한편 조직자체의 즉각해체를 요구했으나 27일 주류측이 신축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발연은 이에 대해 『인내로 견디겠으나 구체적인 강경조치가 있으면 「사건전말」을 소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워 여차하면 13대 공천헌금비리 전모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
김대중총재는 「자신의 문제」가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겉으로는 공식회의에는 일체 불참한채 당론결정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나 조부의장 등에 대한 극도의 「인간적 배신감」을 느끼고 있어 이번기회에 주류측은 정발연을 「거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27일 아침 김총재 참석하에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간담회는 ▲이의원은 「진정한 사과」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조부의장도 우선 사실조사를 먼저 한뒤 징계문제는 다음에 결정한다는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선택했다.
이 자리에서 노승환 정발연회장이 두의원사건을 사과한 점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의 발언은 『13대 공천 당시 조찬형의원(남원)이 3억원을 김총재 가족에게 전달했다』『막판에 공천따기에 어려움을 느낀 조의원이 헌금수표사본과 고발장을 조승형의원을 통해 다시 김총재에게 전달해 결국 공천을 따냈다』는 것.
이 발언이 조부의장·이의원을 통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김총재는 「더이상 같이 당을 할 사람이 아니다」는 판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강경파는 우선 당기위를 속전속결로 열어 내주초까지 두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의총의 「정발연해체건의」를 최고위원회가 수용,당명으로 자진해산을 지시하고 이에 불응하면 곧바로 회원들을 중징계한다는 수순이었다.
물론 8월말까지 결정할 사고당부 선정과정에서 현역의원 9명을 비롯,20여명의 지구당위원장을 모두 포함시켜 자동적으로 14대총선 공천을 배제한다는 내부방침도 정했었다.
그러나 주류측에서도 이같은 초강경책에 반대하고 「이성적 대응」을 해야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측근인 한광옥 의원은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는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으며 허만기 당기위원장은 27일 전날의 강경대처주장에서 후퇴,『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김총재가 오랜 정치적 경륜으로 보아 무리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해 공천헌금비리폭로가 몰고올 김총재 및 당에 대한 위신손상 및 타격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27일 최고위원회의와 당기위에서 당초복안을 일단 백지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발연은 주류측의 정발연해체요구에 대해 26일 저녁 긴급회의를 열어 맞대응은 피하되 당지도부가 조직해산작전에 나선다면 공천비리폭로→집단탈당→민주당과의 신당결성으로 나간다는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수 홍보간사는 『당지도부가 이성적 행동을 할 것으로 믿으며 관용·자제·신뢰의 분위기를 쌓아가자』고 호소했다.
이의원은 『그러나 우리의 합리적 대응을 역이용,조직해체를 기도한다면 대단히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
13대 공천당시 김총재의 비서실장이었던 조부의장의 「입」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정발연측은 조부의장·조승형·권노갑 의원이 관여했던 공천과정에 관한 증빙자료·사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흘리기도 했다.
정대철 간사장은 『서로가 불행해질 일을 김총재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당권파와의 주말접촉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주류온건파와 정발연의 맞대응회피가 결국 맞아떨어져 급전직하의 당분열양상이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이는 내분의 일시적 봉합에 불과해 주류·정발연측간에는 끊임없는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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