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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주의(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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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스크바대학에서 소련 대학생과 외국 유학생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 『소련에 과연 사유재산제도가 있느냐』는 주제였다. 이때 소련에도 사유재산제도가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소련학생의 논거는 간단했다. 모든 소련사람은 생산수단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구를 생산하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한 중학교에서 고대 로마사를 가르치고 있었다.
『인민을 공포와 철권정치로 지배한 독재자가 있었다. 특히 그리스도교도를 박해한 것으로 유명한 지배자,그의 이름을 아는 학생은 손들어라』하고 선생이 말했다.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더니 큰 소리로 반문했다. 『진짜 그런 지배자의 이름을 말해 볼까요?』
역시 모스크바대학의 이데올로기 강의시간이었다. 교수가 물었다. 『자본주의는 지금 어느 단계에 가 있는가?』 한 학생이 대답했다. 『절벽 바로 한발짝 앞에까지 가 있습니다.』 교수는 대단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ML(마르크스­레닌)주의는 어느 단계에까지 발전하고 있는가.』 이번엔 다른 학생이 자신있게 말했다. 『바로 자본주의 보다 한발짝 앞서 가 있습니다.』
요즘 소련에서 열리고 있는 소련공산당 중앙위총회는 ML주의를 당강령에서 지워 버리고 새로운 강령을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유재산제도의 도입,종교의 자유 인정,세계경제로의 편입 등이 그 핵심이다.
그것은 1919년 제2차 공산당대회 이후 오늘까지 소련 공산당이 한사코 반대해온 최후의 강령이었다. 그 핵심이 빠지면 소련 공산당은 그야말로 환골탈태,더이상 공산당이랄 것도 없게 된다.
1898년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으로 출발한 소련 공산당은 그동안 몇차례의 변혁을 겪었다. 처음의 사회민주주의적인 색깔은 1903년 볼셰비키와 멘셰비키로 분열되어 갈등을 겪고,볼셰비키가 주도권을 잡는 곡절끝에 1918년의 대회에서 악명높은 공산당으로 변모했다.
북한에선 요즘 김일성이 일본 국회의원들 앞에서 『우리나라(북한)도 지구의 움직임에 맞춰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이솝의 우화처럼 아무리 외투의 단추를 잠그고 있어도 햇볕이 따가우면 그것을 벗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제야 그 교훈을 알았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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