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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정책변화 예고/“동구민주화 인정… 화해조류 따를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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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남북대화도 진전 기대/방북 일 의원단 만나
【동경=방인철특파원】 김일성 북한주석은 북한이 스탈린식 사회주의를 포기할 계획은 없으나 현실적 외교정책을 취할 방침임을 시사했다고 24일 일 교도(공동)통신이 보도했다.
김주석은 이날 함흥시내 극장에서 방북중인 일조우호촉진의원연맹대표단과 만나 『일련의 동구민주화를 인정한다』며 동구변화에 대해 언급한데 이어 『우리나라도 지구상에 살고 있다. 지구의 움직임에 맞춰가고 싶다』고 말해 냉전종결·동서화해 등 세계조류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을 표명했다고 이 통신은 밝혔다.<관계기사 3면>
김주석의 이같은 의사표명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북한의 9월 유엔가입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이 통신은 풀이했다.
김주석은 이날 회담하는 가운데 8월 하순 재개될 북한·일 국교정상화 전망과 관련,『순조롭게 진행되리라 생각한다』고 낙관적 견해를 보이는 한편 미·북한관계에 대해서도 『최근 양국간 왕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관계개선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한편 일 아사히(조일)신문은 김주석의 이날 발언이 「조선식 사회주의」 유지를 고집하면서도 북한이 사실상 「정책변경선언」을 한 것으로 주목하고 앞으로 북한·일 국교정상화교섭의 향방을 비롯,미·북한 관계개선,남북한 대화진전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주석은 이어 오는 8월27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4차 남북 총리회담과 관련,『남에서 새총리가 나왔으니 뭔가 새로운 것을 갖고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국측이 차기 회담에서 새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김주석은 남북불가침선언 채택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문익환 목사등 방북인사 석방 등 종래의 입장을 다시 강조하는 한편 남북한 관계에 언급,『북의 불가침제안과 남의 3통(통신·통상·교통) 제안을 합쳐 불가침·화해·협력안이라면 쌍방 모두 일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고 말해 남북대화 진전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 “주목할 발언”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25일 김일성의 발언에 대해 『동구민주화를 인정하겠다고 한 내용은 북한이 그동안 동구개혁·개방을 「반사회적·반인민적 책동」이라고 매도한데다 「사회주의는 고수하겠다」고 못박은 점에 비추어볼때 의미가 없다』고 논평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핵사찰을 허용하는 협정에 서명하겠다고 김주석이 직접 언급하는 등 세계정세 변화에 순응하겠다고 말한 것은 배경이야 어쨌든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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