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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농촌총각-연변처녀 짝 짓기 앞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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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신부감 찾아 연변으로 가는 농촌총각들이 늘고 있다. 도시 처녀들의 농촌기피로 장가 못 가는 농촌노총각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중국교포 처녀와의 결혼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여성단체가 농촌 총각 중국행 여행경비마련을 위한 농산물 직거래장을 열어 관심을 모은다.
전국주부교실 중앙회(회장 이윤자)는 연변으로 맞선 보러 가는 강원도 총각 11명의 여행경비마련을 위해 26∼28일 롯데백화점에서 우리농산물 직거래장을 운영한다.
본점·잠실 점·영등포점에서 일제히 열리게 되는 이 직거래장은 강원도 원주·횡성에서 재배된 초당 옥수수와. 감자, 경남 창령에서 생산된 양파를 판매한다.
여기에서 선보이는 초당옥수수는 소비자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품종. 인사돌과 섬유질이 풍부해 잇몸 치료와 소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초당옥수수는 단 옥수수와 당도 8∼10%보다 2∼3배 높은 20∼25%의 당도를 가지고 있어 매우 달다.
직거래장에서 판매되는 감자는 증산간·고랭지에서·재배되는 수미로 보통 남작감자보다 맛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정부 장려 품종이다.
이번 중국을 방문하게 될 총각들은 31세 2명, 30세 3명, 29세 l명, 28세 2명, 27세 3명이며 이중 5명은 횡성군, 6명은 원주군 출신으로 이들 농산물을 직접 재배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8박9일 정도 중국에 머무르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l백80여만원 정도.
지난해 말 농촌총각 이용섭씨(28·경기도 파주군 조리면)가 연변처녀 정성실씨(22)와 결혼, 중국 교포처녀와의 결혼에 물꼬를 트면서 연변처녀와 결혼을 원하는 농촌총각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지금까지 맞선을 보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사람은 모두 27명. 이 중 22명이 짝을 찾아 현재 결혼 준비중이다.
농촌총각들의 중국행을 주선, 이들을 인솔해 두 차례 중국을 다녀온 농어촌 후계자 결혼사업을 펴고있는 사단법인 가정복지연구회 노승옥 회장(66)은『중국 교포들이 한국을 잘 사는 나라로 동경해 결혼하려는 처녀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교가 되지 않은 중국으로 배필을 찾으려는 총각들을 데려가는 일은 쉽지 않아 영농후계자에 한해「영농후계자 중국농촌시찰단」명목으로 다녀오고 있다.
또 한번 나가는데 드는 2백여만원의 여행경비 마련도 큰 문제.
지난 3월23일 1차로 나갔던 이모씨(30·경남 울산군 언양면)는『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송아지 두 마리를 팔았다』고 하는 등 모두 자체적으로 경비를 마련했다.
주부교실 김조한 사무처장은『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 같은 직거래 장을 전국적으로 확대, 중국행을 원하는 농촌총각들의 경비마련을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밖에 다른 문제들도 많다.
노 회장은『사회체제가 다른 만큼 교포처녀의 사상검토도 필요하고, 수교가 안된 상태라 혼인신고가 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한다.
12월초 1차로 7상의 합동결혼식이 예정돼 있으나 이들은 친지 초청 방식으로 한국을 방문, 3∼5년의 여권기간만큼 체류가 가능하다.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 사이 국교수립 가능성과 여권 만료 후에도 기간을 연장해주겠다는 주무관청의 약속뿐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농촌총각과 연변처녀의 결혼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현재 농촌노총각문제의 심각성이 이미 한계수위를 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노 회장은『농촌 노총각 문제에 국가적·국민적 관심을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홍은희·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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