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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차단 집단생활/염곡동 세모부락의 실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83년부터 10여채 매입/동네가게 얼씬도 안해/주민들 참새 사냥하다 곤욕 치르기도
서울 염곡동 세모부락에 거주하는 세모직원들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폐쇄적 집단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병언 사장등 회사중역 명의의 대형주택과 토지 등이 밀집되어 있는 이 부락은 세모의 광범위한 상권 형성으로 외부에 공개될 수밖에 없는 삼성동 AID아파트 부근과는 달리 구룡산 바로밑 한적한 주거부락으로 바깥세계와의 단절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사채관련자들의 은신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유사장 소유의 집과 맞은편 중역 고모씨 소유저택의 경우 모두 대지 2백평·건물 50평 이상의 대형주택으로 담벽에 정원수가 울창한데다 창문 등에 발·차광막 등을 설치,바깥에서는 전혀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비밀주택」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동네주민 손모씨(53·여)는 『집값이 비교적 싸던 83년 이후부터 세모에서 이 일대 주택을 매입하기 시작,88년께에는 10여채 정도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안다』며 『한집에 4∼5가구 정도로 수십명의 사람들이 집단생활을 하고있지만 내부생활은 전혀 아는바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중역 고씨 소유의 주택은 세대주 이모씨(43)의 가족 4명과 동거인 신모씨(72)를 포함,5명이 사는 것으로 주민등록에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회사직원으로 보이는 젊은이 6∼7명이 집단합숙생활을 하고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또 유사장 명의의 집에는 주민등록부상 여동생 유모씨(32)부부 등 6명만이 사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세모유람선 직원 박모씨 등 여러가구가 집단생활을 하고있음이 확인됐다.
동네주민들은 이들이 외부에의 공개를 꺼려 자체경비원을 두고있으며 동네주민 한명이 유사장 집뒤쪽 구룡산기슭에서 공기총으로 참새사냥을 하다 경비원 3∼4명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른적도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20대초반의 남녀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며 『연수와 실습을 위해 집단생활을 하고있다』고 말했다는 것.
실제 보도진이 유사장의 집에 접근하자 경비원인듯한 건장한 20대청년 1명이 다가와 동정을 살핀뒤 바로 안으로 들어갔으며 수분뒤 20대 남녀 6∼7명이 집밖으로 나와 황급히 인근주택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이 동네에서 잡화상을 경영하는 한 주민은 『이들이 음료수나 과자를 사먹기위해 동네가게를 한번도 이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채소류를 손수 가꾸거나 외부에서 식료품을 봉고차로 실어다 먹곤했다』고 밝혀 집단적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식품 자급자족을 위해 각 주택의 넓은 뜰에 채소를 심는 텃밭과 함께 닭 등 가축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세모부락 가옥들은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지 않고 채무관계로 3∼4차례 이상씩 근저당을 설정한 것으로 밝혀져 부동산투기 또는 자금조달을 위한 다양한 목적으로 세모측이 구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경기도 안성 한스농장·태양열주택·역삼동 개발실에 거주했던 구원파 신도들의 잦은 전·출입은 이 부락의 폐쇄적 성격과 함께 채무와 관련,곤궁에 처한 인물을 은신시키는 장소였음이 틀림없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최훈·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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