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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결혼 발표 김지미씨|남편-영화는 독립된 사랑 상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또 한차례 결혼을 발표한 영화배우 김지미씨를 그녀가 운영하는 서울 퇴계로 5가 소재 지미 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
집안 대청소를 하다 왔다는 김씨의 옷차림은 보통 아낙네처럼 수수했지만 미모는 여전했다.
1백61cm인 그녀의 요즘 몸무게는 51세의 나이가 무색한 50kg이다.
-보기 좋은 몸매를 가꾸는 비결이 뭡니까.
▲정신없이 바쁜게 비결이랄까요. 저는 헬스클럽에도 안 가봤고 골프장에도 안나갑니다. 그렇다고 무슨 체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세끼 밥도 꼬박꼬박, 그것도 많이 먹습니다. 일에만 매달려도 하루가 금세 가는데 어디 살찔 틈이 있나요.
김씨의 억척은 유명하다. 그녀는 요즘 자신이 제작·주연하는 『명자·아끼코·소냐』 준비에 열중이다.
영화의 후반 무대인 사할린에 세 차례나 헌팅을 다녀왔고 지난주엔 소품·의상·분장 등을 협의차 일본에 가있었다.
8월초부터 한달 예정의 사할린 로케를 위해 쌀·고추장·된장은 물론 극성스럽게도 화장지·이쑤시개에서 텐트·이불·베개까지 품목별로 수량을 정해 지난주 배편으로 현지에 보냈다.
-다시 결혼하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요.
▲물론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람을 하고픈 열정이 있고 그건 나이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수 차례의 결혼이 고통스런 결과로 끝나 한사람의 여자로서 회한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이번 결혼은 오랫동안 망설이다 정한 것인 만큼 죽는 날까지 기쁨으로 계속되길 원합니다. 세파를 헤쳐가다 귀향하는 심정입니다.
-상대자인 이종구 박사 (59·서울 중앙병원 심장센터소장)의 어떤 점에 끌렸습니까.
▲제 성격은 치닫는 편입니다. 어떤 일이든 결정이 나면 극성스럽고 도전적이지요.
대조적으로 그분은 사려 깊고 톤이 일정합니다. 어머니의 간병 때문에 알게 됐지만 교제하면서 포근함을 느꼈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운명적이랄까요. 그분이 구혼을 해왔습니다.
김씨는 이번 결혼만큼은 정말로 조용히 있다가 결혼 직전에 자연스레 발표하고 싶었는데 또 떠들썩해져 쑥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영화 일은 계속합니까.
▲영화는 나의 운명이고 사랑입니다. 남편과 영화는 각각 완전히 독립된 나의 사랑의 상대입니다. 그 사랑의 질과 양은 같습니다.
l8세의 철모르던 나이에 배우의 길에 들어서서 어언 3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5백여 편에, 그것도 주연으로 출연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연기 예술가는커녕 연기 기능공에도 못 미치는 영화가 수두룩해 창피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남은 인생을 진정한 영화인으로 살면서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해야겠지요.
-그동안의 배우 생활이 후회스럽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요. 저는 영화 배우란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겨왔어요. 스크린이 있어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 TV엔 한번도 안나갔고 CF도 한번도 안 찍었어요.
김씨는 87년 지미 필름을 설립해 그동안 『티켓』 『아메리카 아메리카』 『불의 나라』 등 자신의 표현대로 사회성 있는 영화를 제작했다. 손해를 안본게 다행이지만 손해가 나더라도 에로물 따위에는 결코 손을 안대겠다고 했다.
지금 준비중인 『명자…』에는 10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신의 영화 인생을 한번 결산해보고 싶다고 했다.
『명자…』는 일제시대 정신대로 끌려간 시골 처녀가 시대 상황이 바뀜에 따라 아키코·소냐로 이름이 바뀌어가다 끝내는 사할린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다.
김씨의 본명이 명자인게 재미있다.
-여장부라는데.
▲딱딱 맺고 끊고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그러는 모양인데 이 기자도 알다시피 제가 얼마나 사근사근해요. 당연한 일이지만 난 지금도 밥짓고 빨래해요. 그러면서 책상 서랍에서 담배 한갑을 꺼내 슬쩍 건네줬다.
-할머니가 된 뒤 못나 보이면 어쩌지요.
▲늙어서 처녀티 내면 그거 오히려 주책이지요.
김씨는 11월께 결혼, 이태원에서 어머니와 더불어 오붓하게 살 계획이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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