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러니까 당신도…' 저자 오히라, 김천서 청소년 강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금 비행청소년을 보면 무슨 말을 해주시겠습니까."(한일여고 3년 박혜정)

"꿈을 갖고 열심히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오히라 미쓰요 변호사)

25일 오후 3시 경북 김천시 삼락동 김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수능을 끝낸 고교 3학년 학생 1천여명이 오히라 미쓰요(大平光代.38.여)변호사의 강연에 몰두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비행 청소년.중학교 중퇴.야쿠자 간부의 부인.호스티스 등으로 끝없이 추락했던 오히라 변호사가 인생에서 우뚝 선 과정이 자못 궁금한 듯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낸 근원적인 힘은 무엇이었나요""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한 삶입니까" 등.

오히라 변호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때론 누나처럼, 때로는 엄한 선생님 같은 모습으로 답변했다. 그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의 박수 갈채가 터져나왔다.

이날 강연 초반에 오히라 변호사는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제가 영어로 제 소개를 한 것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김천.구미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초청으로 강단에 섰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줌으로써 꿈과 용기를 갖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오히라 변호사는 그의 전력이 말해주듯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자신의 의지로 새 인생을 개척한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이지메(집단 따돌림)'를 당하면서 그의 인생은 끝도 모를 나락으로 떨어졌다. 왕따에 시달리던 그는 2학년 때 할복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실패하자 자신을 왕따시킨 친구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나날을 보냈다.

16세란 어린 나이로 일본의 폭력조직인 야쿠자 간부와 결혼까지 했다. 6년 뒤 이혼한 그는 접대부로 일하면서 주점을 떠돌았다. 폭음과 좌절이 뒤범벅된 생활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23세 때였다. 사업 접대차 술집에 들른 오히라 히로사부로(大平浩三郞)라는 사람의 설득으로 책을 잡았다.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공부를 한 그는 공인중개사.사법서사 시험 합격에 이어 1994년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인생 대역전극을 연출한 것이다. 그의 이런 인생 역정을 담은 자서전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는 2000년 국내에서 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항상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물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두려웠거든요."

그는 복수심을 자신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자신을 왕따시켜 인생을 망가뜨린 친구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에 온 힘을 쏟은 것이 힘든 과정을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오히라 변호사는 현재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비행 청소년들의 선도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매일 한 시간씩 비행청소년들에게 e-메일을 보내 용기를 주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강연도 계속하고 있다.

오히라 변호사는 이번 방문 기간에 김천문화예술회관 강연 외에도 김천소년교도소를 찾아 옛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을 위로했다.

"시작이 반입니다. 꿈을 가지세요."

오히라 변호사가 이날 강연에서 청소년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학생들은 강연장을 떠나면서 "정말 큰 힘을 얻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김천=홍권삼 기자<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