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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학원과의 전쟁' 첫날] "소나기 단속 피하자" 불 꺼진 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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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교육 1번지로 손꼽히는 서울 강남 일대 학원가 불빛이 24일 밤 일제히 꺼졌다. 오후 10시 이후 심야교습과 개인 고액과외를 집중 단속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학원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던 대치동 일대 보습학원들은 이미 이날 오후 8시쯤 하나 둘씩 불을 끄고 셔터를 내렸다. A학원 원장은 "학원 수업을 앞당겨 끝냈다"며 "단속에 걸려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강남도서관에 마련된 '강남학원 특별단속 본부'에서 나온 시민단체 회원 등 단속 요원 30명은 강남 일대를 다섯 군데로 나눠 학원 간판이 적혀 있는 사무실을 헤집고 다녔다. 집중 단속 첫날인 이날 서울 송파구 오륜동에서 2백만원짜리 고액과외를 비롯, 2백여건의 불법과외 사례가 적발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원은 학생들을 일찍 집으로 돌려보냈고, 일부 학원은 '이달 말까지 휴가 중'이란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불법이라면 벌금을 내면 될 것 아니냐". 학원 인가증을 내걸지 않은 한 학원은 단속반에게 "세무서에까지 다 신고했고 다만 과외신고필증을 게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항의했다. 자신의 개인과외 신고필증을 들이대면서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큰소리치는 학원도 있었다.

단속팀 관계자는 "학원장들이 학원 인가증을 내놓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단속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원들도 집중단속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강력한 단속이 예상되는 다음달 초까지 오후 10시 이후 단과반 수업은 주말이나 공휴일로 옮기는 임시방편을 쓰기도 한다. 단속반의 손이 닿지 않는 강북 등으로 과외 장소를 옮긴 과외팀도 수두룩하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한편 단속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자 유인종(劉仁鍾)서울시교육감은 "고액 과외를 받는 지도층 인사의 명단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강홍준.김준술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jongta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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