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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서 지식 산업 육성을|유희열 <과기처 기술정책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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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10년마다 세기의 변화를 예단해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앨빈 토플러가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기계에 기초한 제3차 산업혁명을 마치고 고급 두뇌를 바탕으로 한 지식 산업이 핵심이 되는 제4차 산업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부응해 산업 입지 정책도 탄력성 있게 변화돼야 할 것이다.
세계 최강의 산업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 산업 구조가 경공업 (50년대)→중화학공업 (60년대)→첨단 산업 (70년대)→지식 산업 (80년대)으로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맞춰 산업 입지 정책도 거점 개발 공업 집적 정책→공업 배치 정책→테크노폴리스 정책→두뇌 입지 정책 등으로 기동성 있는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는 것은 좋은 예라 하겠다. 특히 지난 88년에는 두뇌 입지법을 제정해 지식 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 시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엔지니어링·정보처리·컨설팅·기계 설계 등 16개 업종을 부사시 등 4개 지역의 두뇌 산업 단지에 입주시켜 산업의 고도화는 물론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현재 자동차·정밀기계·반도체 등 첨단 산업 발전과 병행해 엔지니어링·정보처리 산업 등 지식 산업이 성장 산업으로 착실히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엔지니어링 산업의 경우 지난 10년간 연평균 20∼30%의 높은 성장을 보여 지난해에는 국내 시장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 20% 이상의 고속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식 산업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있다·또 인구 과밀 지역인 서울에 대부분의 업체가 분산 위치하고 있어 지식 산업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되는 최신 정보 획득 및 유통과 고급 두뇌의 적절한 활용의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이 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유아 단계에 있는 지식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육성, 미래 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들 업체를 같은 단지 내에 입주시켜 집적화의 이점인 전문화·분업화·협업화 등 상승 효과를 높이고 최신 정보의 획득과 고급 두뇌의 활용 등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서울 근교에 국제 수준급의 지식 산업 단지를 조성, 엔지니어링·컨설팅·기계설계업 등 지식 산업체를 집적시켜 나갈 방침이다.
이와 병행해 지식 산업 단지 건설의 촉진과 전국적 확산을 기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식 산업 단지 조성을 계기로 지식 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기대함은 물론 나아가 산업화에 따른 자연 및 환경 파괴의 부작용을 방지해 국토를 소중히 가꾸고 다뤄야 한다는 어느 국토 학자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 약력 ▲47년 출생 ▲서울대 문리대 (지리학과)·행정대학원 졸 ▲영국 맨체스터대·서섹스대 연수 ▲과기처 근무 (70년∼현재) 정보산업과장·기술이전담당관·정책기획관 역임, 현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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